뱀딸기

Wrinkled mock strawberry

by 설렘수채

어릴 적 뱀딸기를 먹으면 눈에 다래끼가 생긴다고 했다. 그래서 먹으려면 눈썹을 한 올 뽑은 다음 먹어야 한다고 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먹고 싶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어린 내 눈에 뱀딸기의 모습은 음침했다. 뱀딸기의 이미지는 그늘지고 축축하다. 그런 곳에서 잘 자란다. 딸기 앞에 붙는 ‘뱀’ 이란 단어도 어린 내게는 호기심보다는 무서움이 먼저였다. 짙은 붉은 열매의 자잘한 돌기들은 약간 징그럽기도 하고 축축하게 반짝이는 열매에는 뱀의 독이 묻어 있어 보였다. 어릴 적에 그래 보였다는 것이다~

지금은 뱀이란 단어가 무척 독특하게 느껴지고 꽃과 열매는 너무도 귀엽고 이쁘다. 뱀과 딸기라니 힙하잖아!

크기를 재기 위해 손을 자주 사용한다.

눈에 하트가 쌓이니 그저 '작고 소중하다'

이렇게 작고 귀여운데 어째서 뱀이란 글자가 붙었을까?

여기저기 찾아보니 뱀딸기 이름의 유래가 여럿이다.

뱀이 먹는 딸기라는 설,

뱀이 다니는 습지에 자주 보인다 해서 이름이 생겼다는 설,

줄기가 뱀처럼 땅을 기면서 자라서라는 설,

헤비이찌고(ヘビイチゴ(蛇莓뱀딸기))라는 일본이름을 그대로 번역했다는 설 등이 있다.


아무리 먹음직해도 뱀이 딸기를 먹지는 않을 것 같고(먹었을지도 모르잖아...), 먹더라도 뱀딸기를 먹고 있는 곤충 등을 덥석 삼키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도 뱀이 좋아하는 환경에 뱀딸기가 잘 자라고 있다는 것에 유래한 이름이라는 것에 한 표를 던진다. 뱀딸기는 그만큼 서늘하고 습기가 많은 그늘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다.

뱀딸기는 여러 나라에 분포하며 우리나라 전국 풀밭 또는 숲 가장자리에 서식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며 크기는 30~100cm까지 자란다. 꽃은 4~5월에 노란색으로 피지만 그늘에서는 6월에 열매와 같이 보이기도 한다.

열매는 홍백색 바탕에 붉은빛이 도는 수과(瘦果 Achene)가 점처럼 흩어져 있고, 둥글고 지름 1cm 정도로 6~7월에 붉게 익는다.

잎은 어긋나며 3출엽으로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뒷면에는 긴 털이 난다. 줄기에는 긴 털이 있고, 열매가 익을 무렵에는 마디에서 뿌리가 내려 길게 뻗는다.

뱀딸기는 예전에도 많이 봐왔지만 내 눈에 콕 박힌 모습은 2023년 6월 수원에 새로 개장한 영흥수목원 산책로에서 만난 뱀딸기다. 앙증맞은 모습이 ‘한번 그려 볼래?’라는 듯 그리기에 참 좋은 귀여운 구도를 하고 있다. 게다가 이 뱀딸기를 그리면 영흥수목원 개장 연도와 같다는 것도 나름 즐거운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마침 새로 사용해 보고 싶은 드로잉북이 있어서 바로 스케치를 시작했다. 좋아하는 연필로 새 종이에 슥슥 그리는데 즐거움이 살금살금 올라온다. 마음에 든 두 줄기의 선택이 어려워 위아래로 모두 함께 배치했다.

먼저 윗부분에는 꽃과 열매 줄기를 그려 주고,

밑부분에는 잎이 돋아 나는 모습과 봉오리 줄기를, 남은 좌우 여백에는 꽃과 열매의 여러 모습으로 채워 주었다.

새로운 드로잉북의 테스트가 궁금해서 펜작업과 약간의 물감 채색을 해봤다.

봄 채색은 몇 장의 작은 양피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에 뱀딸기를 작업하려 한다.

양피지에 그린 몇 안 되는 작업은 항상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양피지의 고전적인 그 느낌이 좋아서 계속 도전하고 있다.

사본을 이용해 한 번 더 스케치를 양피지에 옮겼다.

참고로 양피지는 해외에서 직구한다.

확대하니 사람 피부 같다

누군가 이 모습을 보고 징그럽다고 해서 좀 설명을 하자면,

양피지 Parchment는 소, 양, 새끼염소의 가죽으로 만든 재료로 고급 피지는 벨럼 Vellum이라고도 한다. 미술재료 양피지 안내를 보면 '양피지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동물을 해하지 않으며 죽은 동물의 가죽만을 사용'한다고 안내를 하고 있다. ‘믿는다!‘


채색을 하는데, 역시 양피지는 쉬이 곁을 주지 않는다. 종이처럼 스미는 질감이 아니기 때문에 얇게 겹쳐 올려주는 붓질을 조심스럽게 하는데도 좀 두텁게 물감을 올린다 싶으면 냅다 물감을 밀어내며 거참 예민하다. 아휴.... 비싼것이 예민하기까지 하니 얄밉다. 한데 어쩌랴 매력 있는 걸.

뱀딸기의 노란색 꽃은 잎겨드랑이에서 자라며 긴 꽃대에 1개씩 달린다.

예상한 성격의 양피지지만 나는 성격이 좋으니까 참고~ 나름 즐겁게 작업한다. 뱀딸기의 꽃과 잎은 참 귀엽고 예쁘니 그리는 맛도 솔솔 하다.

꽃 수술을 살펴보면 낮은 암술 주위로 키가 큰 수술이 감싸고 있다

뱀딸기의 꽃은 꽃받침조각 5개, 겉꽃받침조각 5개가 꽃을 감싸고 있다. 특히 끝이 세 갈래로 갈라진 겉꽃받침조각이 개성 있고 멋진 모습으로 노란색 꽃을 감싸고 있으니 작은 꽃이지만 모양이 돋보이고 귀티까지 난다.

양피지에 물감을 한 겹씩 쌓아 올린 색이 역시나 두텁고 답답해 보인다. 이것을 상쾌하게 풀어내는 것이 내게는 해결해야 할 양피지 숙제다. 아마 더 얇고 맑게 겹쳐야 될 듯하다. 사용하는 수채물감도 지금의 아갈로 보다는 투명도가 더 높은 수채물감이 나을 것 같다.

붓을 내려놓고 잠시 숨을 고르고 의자를 뒤로 빼고 목을 젖힌다.

한가롭고 기분이 몽글몽글하다. 어려워도 즐거운 마음은 변치 않는다.

뱀딸기의 열매는 연한 홍백색 바탕에 붉은빛이 도는 수과가 흩어진 모습이다.
입체적인 둥그런 모습으로 열매 전체에 색을 칠해 준다.
붉은색 수과를 규칙적으로 올려주고 아랫부분에 음영을 주어 돌출되어 보이게 한다.
수과에 밝은 색 점을 찍어 입체감을 한 단계 더 올려 준다.

붓을 내려놓고 꽃과 함께 잠시 감상해 본다.

이제는 어린 시절과 달리 눈썹 한 올 뽑아 놓고 먹어 볼까 싶은 탐스러운 모습이다. 갑자기 맛이 궁금해 찾아보니 뱀딸기의 열매는 단맛이 없고 싱겁다고 한다. 단맛보다는 신맛일 거 같은데 싱겁다니~ 의외다.

하지만 뱀딸기의 진가는 약용이다. 항암, 항균, 면역기능 증강 등이 뛰어나며 뿌리, 줄기, 잎, 열매 등 모든 부분이 약용으로 쓰이는 놀라운 식물이다.

뱀딸기는 씨가 떨어진 자리에서 한 뿌리로 모여 난다.

열매가 익을 무렵에는 줄기마다 뿌가 내려 길게 뻗어 기어 자라며 번식한다.

이만큼 꽃과 열매가 달린 줄기를 그려 놓고 스스로 뿌듯하다.

열매 모습이 이쁘니 이리저리 돌려 그려준다. “이 어여쁜 식물의 모습을 봐주세요~”라고 권유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인데 보는 이들에게 잘 전달되면 성공이다.

뱀딸기의 꽃받침조각 5개, 겉꽃받침조각 5개로 겉꽃받침조각은 끝이 얇게 3개로 갈라지며 꽃받침보다 크고 꽃받침과 더불어 털이 있다.
노란색 꽃, 붉은 열매를 받친 '꽃받침'이 너무 예뻐서 레이스가 연상된다. 고급지다.

뱀딸기 꽃받침의 변화 과정이 재미있다.

처음 봉오리를 감싼 꽃받침이 꽃과 함께 활짝 펼쳐지는데꽃잎이 떨어지고 열매가 생기면서 펼쳐진 꽃받침은 다시 열매를 감싸는 모습으로 변한다. 그리고 열매가 자라면서 꽃받침은 다시 벌어지고 열매가 익으면 뒤로 젖혀지는 이 모습이다.

꽃잎이 떨어지고 열매로 자라며 붉게 익는다
탐스런 열매


세종식물원에서 만난 뱀딸기를 세종식물원 개원 연도 2023년에 그려냈다.

언제나 그렇듯 작업을 마치면 우선은 열심히 노력한 만큼 마음은 뿌듯하다. 작업 후에도 나는 뱀딸기 사진을 모으고 관찰스케치를 한다.

관찰과 작업 자료사진이 많을수록 구도는 풍성해지고 그리는 마음은 든든하고 작업의 능률도 더욱 좋은 법이다.

이번 작업에 남은 아쉬움은 다음 작업 기회에 다시 몽땅~쏟아 붓기로!

김은정 作

뱀딸기

Wrinkled mock strawberry

Duchesnea indica (Andrews) Teschem.

Watercolor on vell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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