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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Feb 17. 2024

잃어버린 아내 31

  추수도 끝나고 김장철이 되면서 밭에 심어져 있던 배추마저 다 뽑혀 천변 드라이브길은 황량한 벌판이 되었다.  정신적으로 안정되었던 아내의 상태도 겨울이 되니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올해 초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망상과 이상행동을 했는데 다행히 지속되지 않고 있다.

  요양보호사 공부를 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도 많았고 아내를 대하는 방법을 어느 정도 터득해 내공이 쌓여 아내의 상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못 버티고 지쳐서 화를 내고 큰소리치면 상태가 더욱 안 좋아진다. 하염없이 피에로가 되어 비위를 맞추고 참아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다 아들이 "아빠! 엄마가 아빠를 알아보게 된 건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때 얼마나 힘들었어요?" 이런 얘기를 들으면 감사의 기도를 올리게 된다. 그땐 벼랑 끝 절벽 위에 서 있었다.


  아내의 상태가 매우 안 좋았던 오후 아내가 저녁 식사 때 깍두기와 밥 한 그릇을 비우기에 좋아했는데 아내가 깍두기를 더 달라고 하다가 갑자기 내가 깍두기와 김치를 물로 씻었다며 공격적인 행동을 시작했다. 아니라고 보여주며 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어야 했는데 순간적으로 아내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그러자 아내가 더욱 폭력적으로 변했고 나를 쫓아다니며 내 팔을 쥐어뜯으려 하고 나는 피해 다니고 그러던 중 아들이 들어와 아내를 제지했는데 소용없었다. 아내의 그런 행동이 한 시간 넘게 지속되었고 그렇게 시달리면서 짜증도 나고 힘들었지만 아들에게 내가 먼저 "그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뭐 근데 아빠가 너 오기 전에 순간적으로 엄마한테 화냈어 이제 안 그럴 거야"라고 웃으며 말했다. 아들도 쿨하고 유연하게 엄마를 대했다.


  아들이 집 근처로 발령받아 큰 힘이 된다. 2023년도에 최고로 감사한 일이 아내가 나를 남편으로 알아보게 된 것과 아들이 집 근처로 발령받은 점이다. 고통을 헤쳐나갈 힘을 주시고 있는 것 같아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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