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을 때
졸업생들이 한 명씩 나와 선생님들과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미리 촬영해 놓은 동영상을 대형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데 마지막 질문이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 는 질문이었던 것 같다." “연예인, 축구선수, 변호사, 판사, 검사, 의사, 선생님, 경찰관, 소방관…….” 자신의 꿈들을 말하는데 도둑이나 강도, 살인범 등 범죄자가 되고 싶다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보안과에서 야간에 사동을 순찰할 때 창살 안의 제한된 공간 속에서 잠들어 있는 수용자들을 보며 “저들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을까? 저들도 꿈이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우리 소가 외국인전담교도소이다보니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부푼 마음으로 돈을 벌러 한국에 왔다가 가정적인 문제, 금전문제 등 예기치 않았던 사건에 휘말려 교도소에까지 오게 된 외국인들을 볼 때마다 ‘저들이 꿈꾸던 세계는 이게 아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안쓰런 마음이 든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청부살인 사건이 있었는데 범인이 체포되었다는 TV 뉴스를 보던 나는 범인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없었는데도 이상하게도 내 초등학교 짝의 이름이 떠올랐다. 주먹이 다른 아이들보다 유난히 컸고 힘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겠다던 김두한을 좋아했던 친구, 자질구레한 것을 싫어하고 선이 굵었던 친구였다. 그 친구는 다른 학교에서 전학 온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을 있으면 혼내주겠다며 내게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하기도 하였지만 공부와는 거리가 먼 아이였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한 번도 만나지 못했고 3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인 모습이 이상하게도 그 친구라는 생각이 들어 며칠 뒤 확인해 보니 이름, 나이, 고향이 같았고 얼굴은 변했지만 그 친구의 모습이 분명했다. O 헨리의 “20년 후”라는 소설에 20년의 세월이 흘러 형사와 범죄자로 만난 친구의 이야기가 현실 속에서 초등학교 때 짝을 30년 후에 교도관과 수형자로 만나게 된 내 얘기가 된 것이다. 그 친구는 무기징역을 받았고 어느 순간 어느 교도소에서인지 모르지만 분명히 나와 만나게 될 것이다.
O. 헨리의 소설에서 20년 후 형사와 범죄자가 되어 만난 두 친구, 형사가 된 친구의 꿈은 형사였는지 모르지만, 범죄자가 된 친구의 꿈은 분명 범죄자가 아니었으리라. 할머니 밑에서 삼촌과 함께 자랐던 아이,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자신의 친구가 어른인 삼촌과 장기를 두어 이겼다고 마치 대단한 사건이라도 벌어진 양 큰소리로 떠들며 외치던 친구, 그 친구의 어릴 적 꿈은 분명히 범죄자는 아니었다. 어릴 적 범죄자를 꿈꾸지 않았던 친구가 범죄자가 되어 있듯이 어릴 적 교도관을 꿈꾸지 않았던 내가 교도관의 모습으로 그 친구 앞에 나타났을 때 그 친구는 어떤 생각을 할까?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아이들은 모두 훌륭한 사람, 존경받는 사람이 되길 원하고 있었건만, 자신의 꿈과는 전혀 다른 예기치 못한 삶을 살게 되는 아이들도 많을 것이라는 슬픈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저 순진하고 해맑은 모습의 아이들이 자신들의 꿈을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모두 밝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