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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May 26. 2023

오원 저수지

  91년~92년 틈만 나면 가방싸들고 찾아갔던 횡성 오원저수지 재작년(2015년)에 아들 면회갔다가 근처에 있기에 23년여만에 찾아갔는데 물이 참 많이 빠졌고 팬션이 많은 유원지가 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텐트치고 잠자고 있는데 새벽 1시경에 갑자기 찍 하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또르레기(릴대용 방울낚시)를 끌고 가는 소리라 얼른 잡아 챘더니 잉어가 딸려 나오는데 이놈이 어찌나 힘이 좋던지 나오다 왼쪽으로 쳐박아 나도 모르게 물속으로 들어가 뜰채를 갖다 댔는데 다행이 물이 얕아서 괜찮았지 깊었으면 잠결에 빠져 죽을 뻔 한 아찔한 기억이 있다.   

 바로 위에 텐트를 치고 낚시하는데 비가 내렸는데 입질이 계속 와서 물이 차 오르면 조금 물러나서 낚시를 하고 하다가 졸려서 텐트를 10m 뒤로 물리고 잠시 눈을 붙였는데 차가운 기운이 느껴져 일어나보니 물이 어느새 텐트까지 밀려 들어와 부리나케 텐트를 저수지 위쪽으로 올리로 황급하게 낚시대를 들고 위로 올라간 기억이 있다. 낚시 다니면서 위험했던 순간 중 하나다.

  저 건너편엔 고시준비생들이 짐 싸들고 들어와 몇년씩 공부를 하던 곳이 있다. 이 사람들이 심심하면 아래쪽에 또르래기를 던져놓고 한참 후에 와서 잉어가 물려 있으면 꺼내가곤 하였다. 


91년 가을 어느날 어둑어둑해지는 저녁 힘겹게 걸어올라와 낚시 욕심에 텐트 대충 치고 낚시대 펼친 후,

텐트에서 짐 정리하는데 텐트 바로 옆에서 갑자기 "푸드득 푸드득" 소리가 나기에 후레쉬를 비쳐보니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고 있었다.

기겁을 하고 받침대로 뱀을 내리쳤더니 축 늘어져 죽은 듯하여 텐트 뒷쪽으로 던져 놓고 몇시간 낚시하다 잠을 자는데 갑자기 전설의 고향 생각이 나 뱀을 던져 놓은 곳을 후레쉬로 비쳐보니 뱀은 온데간데 없고 밤새 부스럭 거리는 소리때문에 잠도 못자고 다음날 아침 날밝은 후 바로 짐싸서 상류로 옮겼는데 낚시도 제대로 못하고 버스정류장까지 걸어왔는데 노인네 한분이 그 뱀 잡았으면 3만원은 받았는데 아깝다는 얘기를 듣고 그때는 깜짝 놀라서 기겁을 했으면서도 한편으론 '잡아서 낚시 경비나 할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이곳은 잉어 포인트 

  비만 오면 그 다음날 또르래기 몇개를 들고나와 감자를 통째로 미끼로 써 연신 잉어를 낚아내는 노인네가 있었다. 쏠채로 정확하게 절벽 앞으로 던졌다.

그 노인네는 낮에 올때면 팔뚝만한 메기도 잘 잡아냈다.

같은 지렁이 미끼로 비슷한 지점에 던졌는데도 나는 못잡고 희한하게 노인네한테만 잡혔다.

  이곳은 가을에 단풍이 들면 빨갛게 물들어 늘어진 단풍나무가 물에 비치고 잉어가 펄쩍 펄쩍 뛰는 절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늦가을 새벽녁 물안개가 깔려 있을때 잠을 자다 나오자 마자 2칸대에 입질이 와 당겼는데 파르르  떠는 낚시대의 손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비록 작은 씨알의 붕어였지만 최고의 손맛이었다.    

내가 낚시를 다닐땐 저위까지 물이 꽉차 있었는데 물이 참 많이도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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