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와 마주하는 일부터
엄마로서의 역할 또는 무게를
고민하면서부터
인생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정답이라고까지는 하지 못할지언정
바른 길이나 방향 정도는 있어야하지 않나
하는
그러면서 내가 살아온 날을 반추해보니
역시 부모님을 떼어 놓고는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태어나고 자랄 때는 부모님을 의지하여
그 이후에는 그런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위하여
나에게 부모님은
마냥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분들은 아니었기에
과거를 들여다보는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시계바늘 소리까지 생생하게 떠오르는 학창시절
집안의 한 장면 한 장면들의 기억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슬프고 가난하고 아픈 날들이다
부모님의 사랑에 고파
친구를 찾거나
선생님께 의지하거나
그것들도 성에 안차서 가장 마지막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 생각했던
공부를 했던 것 같다
과거를 돌아보고 내린 결론은
지난 내 인생을 끌어온 팔할은
뭐라고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인정과 사랑에 대한 갈급함이었던 것 같고
결론은 '결핍' 그 자체였다
사랑까지는 바라지도 않았고
인정과 칭찬, 수긍, 포용
그 어떤 것에도 만족할 만한 충분함을
느끼지 못했다
늘 부족했고 아쉬웠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살게되었다
나의 모태로부터 만족을 느껴본 적이 없었으므로
나 스스로 그것을 채우기 위해
무엇에든지 누구에게든지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결과로서 어느 정도의 만족은 느꼈지만
아무래도 채워지지않는 결핍을,
그 공허함을
어찌하지 못했다
그저 두고 볼 수밖에
그러다
나보다 가난한 집에서 자란 영특한 남자를 만났고
나보다 가난했음에도
나보다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은
받은 것이라고는 부모님의 사랑밖에 없는
이상한 집안의 남자를 만나
친정보다 시댁이 편하고 좋은
이상한 며느리가 되었다
부모에게 못받은 사랑을
시부모님께 받는구나 하는
이상한 생각을 할 때쯤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육아, 자녀를 기르는 일
육아의 고됨은 당연하게도
감당하기가 벅찼다
나는 사랑을 주고 아이를 기르기에는
아직 해결해야할 숙제가 많았던 것이다
육아 전문가들의 육아서나 프로그램을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애를 쓸수록 좌절감만 커져갔다
나에게
육아라는 것은
매순간 사랑없는 부족한 나를 직면하는 일이며
성공과 실패를 어느 시점에 딱 잘라 나눌 수 없는
굉장히 애매모호한 일인 동시에
삶의 끝, 죽음에 이르러서야 평가할 수 있는
그러나 자녀들에게는 전혀 다른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노력과 성실을 다했지만
결국은 나의 작은 울타리 안에서
아등바등 혼자 어리석은 굴을 파고 있었음을 깨닫는
노력과 상관없이 사랑받아본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쉬운(쉬워보이는) 몸에 밴
그런
뭐랄까
나의 손을 떠난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렵고 어렵고 어려웠고
힘들고 힘들고 힘들었다
지치고 지치고 너무 지쳤다
자녀를 키운다는 것이
적어도 나에게는 너무 고통이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사랑을 충분히 받지도 못했어
늘 결핍이 있어 꼬여있어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순간순간
후회할 일만 가득한데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전쟁이 될 텐데
내 안에 해결되지 못한 상처를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스스로 갈급을 채워왔던 것처럼 하다보면
아이를 기르는 일도 그럭저럭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사랑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노력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변함없는 완전한 사랑
인간은, 적어도 나는 불가능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그런 사랑을 보기라도
한번 배우기라고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성경을 펼쳐들었다
얄팍한 무속기독신앙과 작별하고
진심으로 그 완전함을 보고자 깨닫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