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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소영 Aug 21. 2024

불면증과 me time. 그 사이에서



2019년 6월 첫 아이를 낳고 불면증이 시작되었다.

이야기에 앞서, 현재 내 삶의 많은 부분이 첫 아이를 낳고 기르며 시작된 변화가 가져온 것들인데 아이에게 무언의 죄책감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지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서 그 첫 불면증의 기억이 어떤 것이냐 하면,

산부인과 퇴원을 하고 산후조리원을 안가고 집으로 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상주하시는 산후관리사님이 계셨지만 나는 밤새 아이를 내 곁에 두고 재웠다.

너무 피곤해보이는 날이면 실랑이 끝에 관리사님께서 아이를 데리고 가셨지만, 나는 새벽에 곧잘 깨어나 아이를 다시 데리고 오곤 했다.

관리사님이 새벽에 깼을 때 아이가 없어서 얼마나 놀랬다고 하셨는지...


나는 내 몸 관리는 뒷전이었고, 내 아이 걱정 뿐이었다.

혹여나 내가 자는 도중 이 작은 아이가 혼자 깨어났을까 염려.

혼자 깨어나 엄마를 찾는데 내가 못들을까 염려.

자다가 기저귀에 쉬해서 불편하지 않을까. 

배고프지는 않을까. 

탈수가 오지는 않으려나.....


그렇게 시작된 불면증은 아이가 6살이된 해에도 여전하다.

물론 그 때와는 수면패턴이 많이 변했지만.


최근 나의 수면패턴은 이런 식이다.

7시에 일어나 밤 10시쯤 자려하면 잠이 안온다.

새벽 3시 늦으면 5시까지도 책을 읽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간식을 먹거나 하며 시간을 보낸다.

다음날은 하루종일 졸려하며 하루를 보내다가 밤에 눕자마자 아이들과 함께 잠들고, 새벽 1시쯤 느닷없이 눈이 번쩍 떠진다.

그러면 또 다시 아침까지 못자는 패턴.

중간에 낮잠을 자는 날에는 새벽까지 또 못잔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심리적/정신적 불안? 불안하기는 하다. 내 현실도 내 미래도. 늘 불안하다.

반나절 일하고 반나절 육아했는데도 기운이 남아있나?

낮에 마신 커피 때문인가?


나는 카페인에 예민한 편이기 때문에 늘 점심식사 이후로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는데,

그래도 커피를 끊을 수는 없지. 암.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뜨끈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 나를 위로하고,

일하다가는 얼음동동 씨언한 아메리카노가 나를 깨워준다.

물론 여러번 커피를 끊으려 시도해봤지만 한 달 이상 버티질 못했다.

특히 커피와 우유의 조합은 참을 수가 없다.


그러다 잠을 제대로 못자면서 내가 받는 피해가 어마어마하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커피를 끊어보기로 했다.

못 끊으면 다시 마시면 되지뭐. 

그렇게 시작된 커피 끊기가 이제는 3달째에 접어든다.

1주차 때만 잠깐 머리가 아팠던 것과 시도때도 없이 졸렸던 것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아 매우 만족 중이다.

내가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카페인효과도 필요했지만, 무엇보다 구수한 커피 맛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무슨 일인지 이번에는 길게 간다.

예전에는 커피를 마시면 여전히 졸린데 각성된 상태가 굉장히 내 눈을 피곤하게 하고 날카롭게 만들었는데, 커피 없이 살아가는 요즘에는 느릿느릿 천천히 생각하고 반응하는 내가 여유있어보여 참 좋다.


그런데!

여전히 잠은 안 온다.

내 잠 어디갔을까?

내가 원래 잠이 없나?

성인치고는 낮잠도 자주 자는 편인데...


잠이 안올 때마다 나의 불면에 관하여 생각을 거듭할 수록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 이토록 잠못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커피도 불면에 영향을 주기는 했겠지만 불면이 여전한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것은 'me time'을 갖고 싶다는 내 심장, 내 뇌, 내 마음이 하나로 뭉쳐 이뤄진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잠이 오지 않으면 억지로 자지 않는다. 단 10분도 그냥 누워있지 않는다.

잠 안오는데 눈감고 누워있는 것도 참으로 고역이다.


새벽에 잠드는 날엔 여전히 다음날 아침이 걱정되지만,

'다음날 밤에는 잘 자겠지.'

'그래 지금 안 자고 책도 읽고 글도 쓰잖아.'

'지금 자면 책읽고 글쓰는건 언제해?'

'재미있는 인터넷 서치, 영상 시청은 언제해?'


7시~9시 아이들 등원

9시~3시 일

3시~9/10시 육아


'이런 내 삶에, 혼자 시간을 갖으려면 잠을 줄여야하지 않겠어?'

'오히려 잠이 오면 더 속상할 수 있겠다.'

'나는 불면증이 아니라,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거야.'


또 이 시간에 꼭 생산적인 일이나 자기계발을 하지 않는다고 죄책감 갖지도 않기로 한다.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생산적으로 살았잖아.'

'사람이 틈이 있어야지. 그것을 인간미라 하잖아..'

라고 생각하며 나를 보살펴주기로 했다.


단, 야간 me time에는 먹는 것은 지양하기로 했다.

그러지 않으면 내 위는 24시간 쉬지를 못할 것 같아서 말이다.



혹시 나와 같이 불면증 있으신 분이 계시다면, 하루일과를 돌아보고 me time 즐겨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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