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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피를 밟고 출근한다

by 너무 다른 역할

돼지피는 새벽 6시에 아스팔트에 떨어진다

길지 않게 흐르고, 느리지 않게 변색한다


순댓국집 입구에서 5미터 떨어진

수제케이크 집 앞이다. 늘


진열장엔 조화(弔花) 냄새가 나는

크림 케이크가 몇 개 남아 있다


시동이 걸려 있는 하얀 탑차의 앞엔

어느 계절이건 두 사람이 앉아 있다


방금 떠나온 곳을 잊은 것처럼

곧 어디로라도 떠나야 할 것처럼

차의 앞바퀴는 늘 일직선이다


핏줄이라는 고향과 피의 물성을 상실한 돼지피에선

발이 모두 잘린 여치 냄새가 난다


밟을 때마다 격성이 배어나오는 핏자국은

투명한 연기를 내보내며 끈기를 잃고 있다


고깃덩어리 대신 편의점 도시락을 든

둘의 입으로 가벼운 온기가 빠르게 옮겨진다


걸음을 만들어 풍경을 뒤로 보낸다

단어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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