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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전(前)

by 너무 다른 역할

늘, 눈을 뜨기 전부터 오늘은 멀어진다


하루하루 버린 말들은

기껏, 발음되지 않는 세계로 도망간다


연도를 버텨낸 허약한 지층이

심장 아래에서부터 무너진다


얼굴을 쓸어내린 두 손바닥에 낙서가 가득하다


하루를 취하고 하루를 버리는 일은

눈 밖의 것을 취하고 눈 안의 것을 내어놓는 일과

다르지 않다


발바닥을 통해 들어온 땅 속의 것들이

장기마다 집을 짓는다

그건, 땅의 일이다


사선으로 베어낸 시간의 단면에

내가 모르는 음조만 가득하다

따라부르던 입 안에, 문득 홍조가 핀다


바랄 수 없는 것들을

부르지 않던 때가 있었다

그건, 믿음의 일이었다


부를 수 있는 것들을

바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척이 조아린다

세계는 위축된다


늘,

아침은 아득하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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