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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무 다른 역할 Dec 21. 2020

너를 엿들었다는 걸 넌 엿듣는다

결국 너의 경계까지 와 버렸다


차곡차곡 저장한 비유를 

철새처럼 풀어버린다


앉을 곳 하나 떠올리지 못하는 마음이 

날갯짓을 배웠다


때를 고르다가 숨을 놓친다

포란하듯 너를 엿듣는다


문장을 마칠 때마다 보여주는 

너의 입꼬리를 따라 해 본다


무릎 아래가 경쾌하게 차고 나가는 

발걸음은 흉내내기 힘들다


그림자의 바닥에 누워

기화하는 혈관을 하나씩 옮겨 적는다


너를 엿들었다는 걸 넌 엿듣는다


부서진 귀를 뭉치던 아이가 

한달음에 언덕을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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