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의 언어

장한업 / 글담

by 정작가


한 때 단일민족은 한국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특색적인 요소로 인식된 적이 있다. 백의민족이라는 별칭은 순혈주의에 근간을 둔 우리 민족만의 고유한 특징이라는 생각이 사고를 지배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주노동자들의 증가 및 결혼 이민 등으로 주변에서 외국인을 보는 것이 일상화된 시대에 살면서 이런 규정이 현실 상황에서는 부합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복잡하고 다변화된 사회에서 장한업 교수의 <차별의 언어>는 그동안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던 다문화의 속성과 실체, 편견에 갇힌 인식의 틀을 깨는데 일조하고 있는 텍스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일반대학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의 장한업 교수는 다문화 사회의 교육적 대안인 상호문화교육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그 누구도 속 시원히 말해주지 않았던 다문화 시대에 대한 해법을 이 텍스트를 통해 다각도로 제시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면 틀리다는 이분법적인 사고의 행태에서 벗어나 다름의 가치를 인식하고 살아가야 하는 시대적인 흐름에 발맞추기 위한 시도는 그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다문화에 대한 왜곡된 접근을 바로잡아준다. 단적인 예로 이탈리아 국수는 ‘스파게티’라고 부르면서 베트남의 국수는 ‘퍼’라는 명칭이 있는데도 ‘쌀국수’로 부르는 이유를 들어 차별의 언어를 지향하는 우리들의 행태를 고발하기도 한다. 또한 한국은 지리적으로 볼 때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점이지대로서 역사적으로도 중국의 영향과 일본의 지배와 미국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은 나라임을 재인식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우리가 그동안 주창해 온 단일민족이라는 자긍심이 얼마나 그릇된 인식이었나 하는 점 등을 알게 된다.


한국인이 자주 쓰는 ‘우리’라는 언어가 만든 사고의 울타리는 개인의 존재가치를 희석시키고, 타문화에 속해있던 사람들과의 교유를 어렵게 만드는 벽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들어 이를 하루속히 타파해야 할 잠재적 폐습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가 아니면 양놈, 왜놈, 떼놈 등으로 폄하되는 인접국민들의 별칭은 ‘우리’만의 가치에 복속된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라는 한계성을 여실히 드러내준다고 할만하다. 역사적인 사료의 흔적을 찾아보면 불과 100년 밖에 되지 않는 단일민족의 우수성에 대한 고찰은 그 자체로서 모순을 담은 허상에 불과함을 이 책의 저자는 통렬하게 꼬집는다. 장례문화를 우리 고유의 문화로 인식하고, 제사를 우리의 전통으로 복속시키는 전통적 인식의 근간에는 일본처럼 국화로 영정 사진을 장식하는 등 국적이 모호한 장례문화와 중국의 유교적인 풍습의 전례로 고착화된 제사문화조차도 다문화적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바람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흔히 다문화가정하면 편견에 사로잡힌 시선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국제결혼가정일 뿐인데 뭔가 새로운 색깔을 입혀 바라보려 한다. 이런 편협한 의식에 사로잡힌 우리의 인식에 저자는 차라리 다문화가정이라는 말보다는 이민자가정이라는 보편타당한 용어를 사용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비롯되는 차별의 시선은 이 책을 읽기에 앞서 직접 저자의 강의를 들으면서 보았던 동영상 속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대략적으로 동영상의 내용을 살펴보면, 똑같이 서울의 한 거리에서 길을 찾고 있고 있는 두 명의 외국인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얼마나 다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백인이면서 키가 큰 외국인에게는 친절하게 대하고, 요청도 하지 않았는데 적극적으로 길을 안내해 주지만 키가 작은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다가서는 것조차도 거부하고 손사래를 치며 외면하기 일쑤였다. 겉으로는 외국인에게 같은 잣대를 댄다고 인터뷰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정작 실험카메라로 살펴본 우리의 자화상은 그렇지 않았다.


갈수록 이민자들도 늘어가고, 한국인 중에서도 이민자가 7백만이 넘어가는 현실에서 더 이상 고정관념과 편견의 시선으로 외국인들을 대한다면 쇄국정책으로 인해 국가 부흥의 기회를 잃어버렸던 과거의 교훈을 되새기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다문화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호문화적 인식이라는 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논점임을 자각한다면 각자의 문화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차별의 언어를 쓰고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그렇게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이중성을 통렬하게 비판한 책, <차별의 언어>는 다문화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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