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란

전사의 귀환 / 마초성 감독(2009) / 미국, 중국

by 정작가

<뮬란>은 디즈니애니메이션으로 친근하게 다가왔던 영화이다. 이제 그 애니메이션이 실사영화로 새로 태어났다. '뮬란-전사의 귀환'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이 영화는 '적벽대전'과 '삼국지-용의 부활'의 제작팀의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광활한 평야에 펼쳐지는 대규모의 전투씬은 대륙 중국의 스케일을 실감하게 한다. 영화의 배경은 위진남북조시대 위나라와 유연족과의 갈등이 고조되던 시기를 무대로 한다. 기마병이 돋보이는 유연족은 흡사 칭기즈칸 시대의 몽골전사를 떠올리게 한다. 몽골 특유의 갑옷을 입고 내달리는 몽골의 기마병처럼 혹은 초원의 늑대처럼 사납게 느껴진다. 반면 위나라의 군대는 로마병사를 떠올리게 한다. 갑옷과 투구, 방패 등은 조직화된 로마군대의 전형을 본뜬 느낌이다. 여하튼 두 민족의 대립은 격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뮬란은 위나라의 장정소집에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전쟁터로 향한다. 어린 시절부터 무예에 능했던 뮬란은 위나라의 병사로서 혁혁한 전과를 올리고, 장군에 임명된다. 한편 유연족 족장의 아들 문독은 권력에 눈이 어두워 아버지를 살해하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뮬란의 전승 행진에도 불구하고, 유연족의 좁혀오는 포위망에 갇혀버린 수천의 위나라 병사들. 그들의 운명을 두고, 장군 뮬란은 새로운 작전을 감행하게 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나라의 세자인 문태의 역할이다. 문태는 그녀가 여자인 것을 알면서도 함구하고, 적과의 교전에서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죽음을 가장하여 그녀에게 주어진 장군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만든다. 독룡-광야의 폭풍-이 지나간 이후에도 혹시나 모를 그녀의 안부를 염려하며 목이 메어 목란을 외친다-영화에서 그녀의 이름은 목란이다. 화살이 박힌 그녀의 상처를 치유해 주고, 기진맥진한 그녀의 입술을 자신의 선혈로 적셔주기도 한다. 그들의 운명은 이제 누가보아도 한 배를 탄 듯 명료하다. 하지만 문독의 제거와 양국 간에 맺어진 평화협정은 그들의 사이를 갈라놓을 수밖에 없다. 유연족의 공주는 문태와 정략적인 결혼을 통해 두 민족 간의 평화를 도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뮬란>에서는 장대한 스케일의 스펙터클한 영상미로 액션영화의 진수를 만끽하기도 하고, 부친을 대신해 전장에 뛰어드는 뮬란을 통해 효심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주목한 것은 삶에서 주어지는 기본적인 진리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삶이 뜻한 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뮬란의 아버지 입장에서 보았을 때 뮬란의 출정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것을 꺾을 수 없었던 부정.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기며 전장에서 생사고락을 같이한 뮬란과 문태의 맺어질 수 없는 운명. 전장의 판세를 바꾸어 놓았던 대장군의 도피등은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전개된 현실적인 아픔일 수밖에 없다. 그런 수많은 역경과 고난 속에서 뮬란은 금의환향하여 고향으로 돌아가고, 문태도 자기의 길을 가게 된다. 그런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은 비록 시련을 이겨낸 강력한 의지를 가진 인간임에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인간의 나약함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런 인간의 속성을 안다면 비록 뜻한 대로 일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절망할 것도 없다. 비록 고통과 아픔이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헤쳐나갈 수밖에 없는 운명임을 자각하는 것만이 우리의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교훈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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