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빌 vol.2

by 정작가

복수는 끝나지 않았다.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채 복수를 하기도 전에 우리의 여전사는 관에 묻힌 신세가 된다.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 그나마 손전등이 있어 희망은 있다. 과연 주인공은 어떤 식으로 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까? 주인공은 쉽게 죽을 리 만무하고, 그렇다면 이 위기를 극복하는 장면이 기대가 될 것이다. 물론 이 위기를 극복하는 장치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 여전사가 뜬금없이 탈출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니까.


영화 <킬 빌>을 보면 과연 복수 말고 다른 해법은 없는가 의문이 간다. 우린 인간을 용서해야 한다고 배우면서도 이런 복수극에 대해서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지독히 나쁜 악당을 향해 날리는 칼날은 정의를 위한 복수의 칼날이 될 테니까.


<킬 빌 - 2부>에는 묘한 반전이 있다. 죽은 줄만 알았던 딸이 원수의 손에 키워지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에게 원수이긴 하지만 딸의 입장에서는 자상한 아버지이기도 한, 빌. 그는 주인공인 우리의 여전사가 반드시 죽여야 할 인물이 아닌가. 자식에겐 비록 못할 짓이지만 인간대 인간으로 봤을 때 빌은 분명 그녀에게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 인물이다. 그렇기에 그들만의 거래는 끝을 맺어야 한다. 하지만 그 또한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적어도 빌은 세계를 주름잡던 살인청부업계의 보스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여전사는 관뚜껑을 뚫고 탈출하던 비법으로 빌을 보기 좋게 쓰러뜨린다. 역설적인 것은 이 비법을 터득한 단초를 제공해 준 것이 빌이라는 것이다. 칼로 일어난 자 칼로 망한 셈이다.


<킬 빌>은 한마디로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의 극단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복수를 하는 주인공이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조차 모호하다. 과연 필요 이상의 복수는 필요한 것인가? 복수의 범위는 어디까지 인가? 피해자가 직접 가해자에게 행하는 복수는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영화를 보면서 다양한 의문을 제기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과정은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찾아내는 것만큼이나 중요할 수도 있다. 선과 악의 기준이 모호해지는 세상에 살면서 과연 어떤 것이 진정한 선이고 악인지 다시금 생각의 범위를 넓혀 사고하게끔 만들어 주었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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