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탄생 / 크리스찬 두가이 감독(2003) / 캐나다, 미국
인류역사상 최악의 독재자로 명성을 떨친 히틀러의 집권과정을 다큐형식으로 그린 영화이다. 유년시절부터 국정을 장악하여 본격적인 독재자로서 군림하기까지 한 인간에 대한 변모과정을 조명한다. 유년시절의 불운한 성장기, 미술학도로서의 청년기, 전쟁의 참전, 연설가로서 정치적인 인간으로 거듭나기까지 파란만장했던 독재자의 성장과정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어 나타난다.
영화 <히틀러>를 보면서 중점을 둔 것은 그가 어떻게 평범한 사람에서 세계의 운명을 바꿔놓은 독재자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그 실마리는 그의 연설에서 찾을 수 있다. 소모임의 연설가에서 전 국민을 선동할 수 있는 선동가가 되기까지, 그는 무수한 연설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다져갔다. 이런 흡인력은 언론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반기를 들었던 신문기자의 말처럼 대중의 생각을 완전히 읽었던 히틀러의 능력에 기인한다. 그는 대중의 공포와 증오를 읽었다. 그로 인해 그에 맞갖은 선전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패전국이 된 독일. 이런 독일의 암울한 현실상황을 타개하려는 대중의 욕구와 맞아떨어진 것이 주효했다. 베르사유조약을 무효화하고, 강한 독일 건설을 모토로 강력한 지도자의 출현을 예고할 수 있게 했던 것이다. 아울러 그를 레닌과 같은 혁명전사의 이미지로 상징화시키려는 추종세력의 이미지메이킹으로 인하여 더욱 고도화된 인물의 탄생이 가능했던 것이다.
히틀러의 예술적인 감각은 나치의 상징인 스와스티카를 붉은색 바탕 위에 그려 넣어 도안하는 장면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그는 대중을 자극하고, 상징적으로 옭아매는 법을 알았던 지도자이기도 했다. 성장하면서 유독 유태인에 대한 경멸적인 적의를 드러낸 결과는 인류역사상 가장 큰 비극이라 일컬어지는 유태인 학살로 드러났다. 유태인을 독일의 적으로 규정하고, 순수한 아리아인의 혈통을 계승하자는 선동은 독일민족의 우수성을 극대화시켰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감으로 젖어있던 독일 국민들에게 자존감을 키워주는 역할을 했고, 대중은 그에 맞갖은 열렬한 성원과 추종으로 보답했다.
히틀러는 또한 현실적인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났던 귀재였다. 무력적인 쿠데타에 실패하자 합법적인 방법으로 원내의 진입을 성공시키는 치밀한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흥분한 대중은 나치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고, 제국의 대통령은 그야말로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실질적인 권력의 위치가 되지 못했던 수상에 취임한 후 대통령의 죽음을 기회로 삼아 태통령과 수상의 권력을 통폐합하고, 행정부에서 입법을 관장하며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무기한 유보하면서 본격적으로 독재자의 야심을 드러낸다. 반대세력은 철저히 숙청하거나 제거했고, 불순분자들은 수용소로 호송시켰다. 무소불위의 독재권력이 탄생한 것이다. 일사불란한 대처능력과 대중을 선동할 줄 알았던 히틀러. 그의 출현은 인류의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는 결과를 가져왔고, 무수한 인명이 살상되는 비극의 전조가 되었던 것이다. 한 인간의 빗나간 역사인식과 사고가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