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쁜 쪽으로

김사과

by 정작가

이 소설의 느낌은 몽환적이다. 마치 의식의 흐름을 풀어낸 것처럼. 해체된 자아가 바라보는 시선은 몹시 흔들린다. 거리에서, 꿈속에서, 연인과 함께하는 시간들은 혼란한 의식 속에서 흩어져 버리고 만다. 어지러운 거리와 낯설고 차가운 도시 이미지가 오버랩된다. 다소 난해한 소설이다.


<더 나쁜 쪽으로>는 황순원의 <소나기> 같은 소설처럼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주제로 한 소설처럼 명징하게 드러나는 주제를 발견하기 쉽지 않아 독자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게 느껴지는 소설이다. 요즘 들어 한국 소설의 경향이 점차 소수만을 위한 축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처럼 미학적인 가치만을 추구하다 보니 정작 독자의 몫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의 묘미는 작가가 숨겨놓은 주제와 미학을 찾아가는 데 있을 것이지만 그것이 평론가들만 이해할 정도의 현학적인 흐름이라면 정작 독자 본연의 가치를 찾아가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을 세부적으로 탐색하다 보면 정확히는 모르지만 나름 미학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그건 그저 감이고 막연한 느낌인데 절제된 언어와 다소 생경한 표현들이 지루할 틈이 없이 마치 좁혀드는 추적자들의 덫에 걸린 것처럼 꼼짝달싹하게 할 수 없게 만드는 마력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추적하다 보면 여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방향을 좇아가기가 그리 쉽지 않다. 아직은 역량의 부족을 탓해야 할 문제 이긴 한데 그만큼 고도로 응축된 작가의 기법을 해석하지 못하는 한계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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