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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오후 Oct 14. 2017

달리는 차 안에서 큰소리로 음악 듣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내가 좋아하는 것 ㅡ

한강을 옆구리에 끼고 차로 달릴 때 크게 음악 듣기
병이다.
수년 전에 북경 여행을 다녀온 뒤
내 가까이에 한강이 흐른다는 게 축복임을 깨달았다

북경 여행 중 여러 시간을 달려도
끝없이 펼쳐지는 황량한 벌판을 본 뒤다.
그 답답함과 지루함이라니.
잠깐만 움직여도 아기자기한 풍경이 바뀌는 서울과는 비교할 수 없다

서울 끄트머리에 붙어사는 나로서는 동서로 뚫린 올림픽대로가 너무 좋다
요새야 하루 종일 거의 정체 이다시피 한 길이지만
굴곡 없이 쭉 뻗은 도로는
운전을 편안하게 해준다

혼자 거나
가까운 지인이 탔을 경우에는 거의 예외 없이 볼륨을 최대치로 높인다
동승한 지인은 고막을 두드리는 굉음에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란다

이 기분을 최고조에서 맛보기 위해
포터블 블루투스 스피커까지 장만했으니 이 정도면 불치병이다

사실 내가 있는 공간에서는 그렇게 큰 소리로 음악을 들을 수가 없다
아파트에서 그럴라치면 바로 민원이 들어올 테고
나 또한 마음 졸이면서 음악을 듣고 싶지 않다
카페 역시 목소리보다 작은 음악이 낮게 깔리는 통에

주위 소음이 더 버거울 정도다.

(예전에는 음악 들으러 커피숍에 갈 지경이었는데)

내가 듣고 싶은 정도의 음량은 디스코 클럽 대형 스피커 앞 정도?


그런데 누가 뭐라 그럴 수 없는 나만의 차 안에서는 이게 가능하다
창문을 닫고 듣겠지만 스치는 바람에 취해 열어 놓았을 때도
빠른 속도로 옆 차를 스치기 때문에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이럴 때 차 안은
대나무 숲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속에 억눌린,

딱히 뭐라 할 수 없는 분노,
불안 스트레스를 풀어버리는 수단이 된다

큰소리로 음악을 듣노라면
물론 이때의 음악은 내가 좋아하는
대개의 70-80세대 곡들이다
정말로 마음이 가볍고
개운해진다

모든 것이 편리해진 이 시대
사실상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나만의 대나무 숲
아무도 들을 수 없어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해
마음의 병이 된 소리들이
음악소리에 날아가는 공간이다

혹 지나치다가
차가 유난히 흔들리는가 싶으면

누군가가 음악으로 속풀이 하나보다 하고
부디 양해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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