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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esar Choi Jul 16. 2021

커피의 바디감? 산미? 로스팅? 이 글만 읽어보세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취향은 지금까지의 쓰고 진한 맛에서 

커피의 섬세한 맛을 찾는 것으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커피 생두가 생산되면 일정한 기준에 따라 등급을 매깁니다.

스페셜티 커피는 그중 스페셜티 등급을 받은 가장 좋은 품질의 커피입니다.

생두를 평가할 때에는 크기, 결점두 수 등 여러 요소를 살펴봅니다.


상큼함을 나타내는 ‘산미(Acidity)’와 풍부하고 부드러운 질감을 나타내는 

‘바디(Body)’의 정도에 따라 생두의 품질과 등급이 판가름될 정도로 

산미와 바디는 생두 품질 평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커피를 마실 때 느끼는 산미와 바디는 생두에서부터 함유되어 있는 

커피 본연의 특성입니다.


산미는 상큼함(Acidity)를 의미합니다.

잘 익은 과일에서 느낄 수 있는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가벼운 신맛으로 감칠맛을 돌게 하는 맛으로 표현합니다.


커피는 자라는 동안 환경적인 요인, 

즉, 토양, 강수량, 바람, 고도, 일조량 등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중 상큼함은 재배 고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고도가 높은 곳에서 자란 커피는 낮은 기온으로 인해 생장속도가 더뎌 

낮은 고도에서 자란 생두보다 밀도가 높고 

깔끔하고 상큼한 신맛을 더 많이 지니게 됩니다.


바디(body)는 부드러우면서 구수하고 묵직한 입 속의 촉감을 의미합니다. 

바디는 생두의 성숙 정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잘 익은 생두일수록 구수하고 풍부한 촉감을 강하게 느끼게 되는 반면, 

덜 익은 생두일수록 거칠고 설익은 떫은맛이 나며 가벼운 촉감이 납니다.


생두에 포함되어 있는 이런 산미와 바디를 어떻게 잘 구현하는가에 따라 

한 잔의 커피 맛은 천차만별로 달라지게 됩니다.


한 잔의 커피에서 신맛, 단맛, 쓴맛의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해 주며 

첫 모금부터 입 속으로 풍성하게 다가오고 부드럽게 목 넘김이 되며 

남는 여운을 기분 좋게 만듭니다.


생두 본연의 산미와 바디를 잘 뽑아내기 위해서는 

생두가 가지고 있는 특성(산미와 바디)을 먼저 숙지한 후에 

그 특성을 적절히 끄집어낼 수 있도록 로스팅을 하고 

결과물에 따라 가지고 있는 향미를 가장 잘 뽑아낼 수 있도록 추출해야 합니다.


커피의 산미는 구연산 (Citric Acid), 인산(Phosphoric Acid), 

말산(Malic Acid),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 아세트산(Acetic Acid), 

타르타르산(Tartaric Acid), 퀸닉산(Quinic Acid)이 포함된 유기산에서 나옵니다. 

구연산은 감귤 맛, 말산은 사과 맛과 관련이 있습니다.

아세트산은 식초와 같이 시큼한 맛이 나타내지만 지나치면 쓴맛을 냅니다.


유기산은 로스팅이 오래 진행될수록 함유량이 감소합니다.

특히 클로로겐산은 중강볶음의 로스팅 단계를 넘어서면 80% 이상까지 소실됩니다.

원하는 맛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로스팅할 때에 열을 적절하게 제어해야 합니다.


산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통 높은 열로 짧은 시간 안에 볶아내야 합니다.

높은 열량으로 로스팅을 시작하여 1차 크랙을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1차 크랙은 로스팅 과정에서 생두가 갈색으로 바뀌고 팝콘처럼 탁탁 소리를 내며

터지기 시작하면서 크기가 두배로 커지는 상황을 말합니다.


또한 1차 크랙의 진행 간격도 단시간 내에 이루어져야 하고 

로스팅을 끝내는 시점도 가능한 빨라야 합니다.

보통 음식을 할 때 재료 고유의 향과 맛을 살리기 위해 고온으로 짧은 시간 내에

음식을 볶아내는 것과 같은 이치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로스팅하는 커피가 저지대에서 생산된 것인지 고지대에서 생산된 것인지를 알고 

각 커피의 성질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고지대에서 생산된 그린 커피는 고밀도이므로 열전도가 좋아 

고온으로 로스팅이 가능하나, 

저지대의 그린 커피는 밀도가 낮아 고온으로 진행하면 

겉이 탈 수 있으므로 온도조절에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로스팅을 지나치게 오래 하면 클로로겐산이 퀸산과 카페산으로 분해되어 

쓴맛을 내게 되고 산미가 약해집니다.

반면, 지나치게 짧게 하면 풋내와 풀향을 나타내게 되므로 

적절한 로스팅 종료 시점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커피의 바디는 커피가 추출된 뒤에 커피 속에 남아 있는 용해되지 않은 

고형물과 액상물질(지방) 등에서 나옵니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서 두 가지로 구분하여 표현할 수 있습니다.


지방 함유 정도에 따라 

물 같다(watery), 

부드럽다(smooth), 

크림 같다(creamy), 

버터 같다(buttery)로 

표현합니다.


고형물 함량에 따라 

묽다(thin), 

연하다(light), 

무겁다(heavy), 

진하다(thick)로 말합니다.


바디는 다양한 로스팅 프로파일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로스팅 정도(볶음도)만으로도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볶음도에 따라 커피 성분이 달리 형성되므로 

커피에서 뽑아져 나올 수 있는 추출 수율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지나치게 볶아지지 않은 약배전 커피에서 

다양한 커피 향미와 함께 바디를 강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강배전 커피에서는 오히려 약하게 느껴집니다.


강배전 커피일수록 오일이 많이 생성되므로 추출에 영향을 미칩니다. 

오일 성분은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무슨 방식으로 추출하는지에 따라 

감각적인 면에서 바디감을 더 느끼게 할 수도 있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하여 추출된 강배전 커피액은 

오일이 함유된 크레마와 함께 추출되므로 바디를 강하게 느낄 수 있지만 

종이필터를 이용한 핸드드립의 추출액은 필터가 오일을 거르므로 

바디감이 약하게 느껴집니다.


생두 특성에 맞춰 볶아진 원두는 로스팅 프로파일에 따라 추출을 설계해야 합니다. 

산미와 바디가 풍부한 맛으로 추출하기 위해서는 

분쇄도, 물의 온도, 물의 양, 물과 만나는 시간을 조절해야 합니다.


산미와 바디가 잘 구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로 약 볶음이나 중 약 볶음으로 로스팅을 합니다.


로스팅된 상태의 원두로 추출을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온의 물을 준비해야 합니다.

약 볶음 상태의 원두 밀도는 비교적 단단한 편이므로 

커피의 성분을 충분히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온도를 높여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추출에 사용하는 물의 양은 가능한 한 적은 양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밝은 산미는 물을 붓자마자 가장 먼저 추출되는 성분이기 때문입니다. 


밝은 산미는 적은 양의 물로도 잘 추출되므로 

지나치게 많은 물을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많은 양의 물로 추출하였다면 과다 추출되어 강한 신맛이 나게 됩니다.


바디와 농도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바디는 커피에 대한 입속의 감촉을 특성이고

농도는 추출한 수용성 물질의 양과 구성 성분의 강도로서 서로 구별해야 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감각적인 면으로 보면, 농도가 진하면 바디가 더 느껴집니다.

물을 많이 사용하여 과다 추출하면 농도가 옅어지므로 바디는 약하게 느껴집니다. 

적정하게 추출하였다면 농도는 강해 지므로 강한 바디를 느낄 수 있습니다.


분쇄도는 물과 만나는 시간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산미와 바디를 적절히 살리기 위해서는 굵은 분쇄는 물과 만나는 시간을 

상대적으로 길게 하고 가는 분쇄는 추출 시간을 짧게 진행하는 편입니다. 


분쇄도는 물과 만나는 시간 외에도 

추출방법과 사용하는 추출 도구와도 연관되므로 상관관계도 잘 따져야 합니다.


맛있는 한 잔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커피의 원재료인 생두부터 원하는 향미에 맞추어 준비하고 

그 생콩을 향미의 특성과 성질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적절히 로스팅을 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추출을 진행해야 합니다.


추출을 끝낸 커피 추출 원액을 적절한 농도로 희석하고 마시기 좋은 온도로 

내려야 비로소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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