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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휘마 Oct 16. 2023

낯설고 어색하지만, 어쨌든 우리 동네가 되기까지


결혼을 하고 아예 모르는 낯선 도시에 와서 살게 되었다.

아는 사람은 남편 한명 뿐이었다.

길에서 나를 아는 사람을 마주칠 일은 전혀 없었다.

그게 편하고 좋기도 했다.

낯선 도시를 여행하듯 맛집을 검색해서 밥을 먹으러 갔고, 유명하다는 빵집을 찾아 갔다.

결혼 전의 나의 삶을 훌훌 털어 버리고 우리 둘이 새로운 곳에서 새 출발을 하는 느낌이었다.


동네에 아는 얼굴이 하나도 없는 생활이 이어졌다.

배가 볼록한 임산부가 되어 회사까지 그만두고 완전히 이 동네에 살게 되자 이야기가 좀 달라졌다.

이 아이를 낳고 새로운 세계에 입성해야 하느나 입장으로 이 낯설고 어색한 곳에서 아이를 낳고 키워 낼것이 걱정 되었다.

문득 외로워졌고, 기댈 곳 하나 없는 외로운 땅에서 아이를 낳는게 서러운 느낌까지 들었다.

내가 사라져 버린다 해도 눈치 챌 사람이라고는 남편 뿐이다.

날 자유롭고 편안하게 하던 그 사실이 날 외롭고 두렵게 했다.

뱃속의 아이는 이미 존재감이 상당해 있어서 여러 감정이 섞여 혼란 스러웠던것 같다.


어느날은 이 곳에서 잘 뿌리 내리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오래오래 살것같다가도

어느날은 한없이 낯설고 외롭게 느껴졌다.


아는 얼굴 하나 없는 새로운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한두군데씩 아는 밥집이 생기고, 카페에 들어서면 카페사장님이 반가운 기색으로 눈인사를 해주고,

헤어디자이너가 나의 머리스타일을 같이 고민해주고, 아플때 고민없이 생각나는 병원이 생겨나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그들의 따뜻함과 포근함이 글에 잘 담긴것 같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다.


사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조리원 동기나 아는 언니가 되어 버린 동네 애기 엄마들, 학부모라는 이름표를 달고 만나 알게 되는 사람들이 나의 관계에 더 탄탄히 지인이 되어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일단은 제쳐 두었다.

차차 좋은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풀어낼 기회가 있다면 좋겠지만

지인과의 이야기를 어디까지 써야 사생활보호가 될수 있을지 적정선을 아직 잘 모르겠다.

또 아이엄마라서 맺어지는 관계말고 타지에서 새롭게 적응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에 집중해보고 했었다.

그래서 주로 동네에서 만나게 되는 자영업을 하는 이웃들 이야기를 주로 썼다.

애엄마 티를 별로 안 내고 싶었지만, 현재 나의 역할의 대부분이 애기 엄마라 수시로 애기엄마티가 나는것은 어쩔수 없는 것 같다.


나는 낯설고 어색한 도시에 살게 된지 8년차가 되었다.

이 도시 안에서도 메뚜기처럼 이사를 다니게 되어 벌써 3번째 집에 살고 있다.

아주 큰 도시는 아니여서 전에 살던 동네와 집이라 한들 차타고 20~30분 안에 있긴하지만,

어쨌든 몇 년에 한번씩 또 낯설고 어색한 새로운 동네에 적응해야만 했다.

이제는 새로운 동네에 적응하는게 두렵지도 않고 걱정되지도 않는다.

그냥 약간의 귀찮음과 수고스러움이 느껴지긴 하지만 설레고 즐거운 편이다.

나는 이제 이 도시를 내가 사는 삶의 터전이라고 인정했나보다.


관심을 갖고 알아가기 전까지는 없던 세상이다.

없던 세상이, 낯설고 어색한 세상이 되었다가, 마침내 우리 동네가 되었다.

모든 곳이 그렇다. 모든 곳은 결국 모두의 우리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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