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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여도 힘든 마음이 사라지지 않아요.

두두의 마음 편지

by 아는 정신과 의사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첫 회사를 2년 4개월 정도 다녔고, 휴직한지도 1년반이 되었습니다. 첫 회사를 다니는 도중에 공부를 시작했고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했었습니다. 공부를 하면 더 나은 내가 되겠지, 업그레이드 된 내가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계속 했는데 막연한 생각이였는지 퇴사를 하고 더 힘들어했습니다.


하던 공부도 집중이 잘 안되서 끝맺음을 맺지 못하고 사람들도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하고도 다투고 헤어졌던 남자친구한테 연락을 하다가 도망치다시피 동거를 하면서 너무 아픈 트라우마 생겼습니다. 남자친구는 출근을 하고 저는 집에서 주로 집안일을 하거나 무기력하게 있었습니다. 뭐라도 하자하고 취업준비를 하거나 공부를 할때면 집중이 잘되지 않았고 남자친구 눈치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 뭔가 잘못된것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루하루 우울해하다가 신경정신과라는 병원을 보고는 무서움이 들었습니다. 내가 정신이 이상한가보다, 내가 죽고싶은 생각이 든다 하면서 사람들 만나기를 더욱 기피하였고, 코로나가 무서워서, 집밖에 나가면 무슨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습니다. 남자친구랑 동거하는것을 중단하고 본가로 올라와 취업준비를 하다가 얼마안되어 회사에 다시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에 적응을 하지 못한채 회사에서 내내 울기 바빳고, 집에오면 잠을 못자기까지 했습니다. 불면증이라는 것을 겪어본적이 없는 터라 더욱 무서웠고 충동적으로 뛰어내리고 싶다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회사사람들이 보기에도 이상했는지, 과장님이 병원에 가보는게 좋지 않겠냐라는 말을 해서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보는건가 너무 눈치가 보이고 힘들어서 그만두겠다고 말을 했습니다. 저의 충동적인 행동들이 멈춰지지 않고 점점 계속 다른 일을 벌이는 것 같아요.


그 이후에도 그 회사에 대한 기억, 충동적으로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 자취할때 느꼈던 외로움, 죽고싶다는 생각이 계속 저를 옭아맸고, 그만두고나서 정신건강의학과에 갔는데 3번정도 간 동안 기본검사,문장완성검사 정도만 하고 우울증 초기증상이고, 과거를 반복적으로 생각하는게 있다 정도만 할뿐 약은 안먹어도 된다고 해놓고 그 다음주에 약을 처방해주는 것을 받고 너무 성의없고 도움이안된다, 화가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이상 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항상 이런식입니다.. 다시 시작하려고 마음 먹은 행동들에 이렇다할정도의 결과를 내지 못하고 중단하게 되고 피하게 됩니다. 이런 제 자신이 너무 무섭고 한심합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부를 이어갔다, 자격증을 따기도 하고, 학원을 다니고, 다시 공부를 중단했다, 취업준비를 했다가, 중단했다가 반복합니다. 이런 제가 어떻게 해야할까요?


하루하루 눈뜨는게 무섭고 뭘하면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합니다.





두두의 마음 편지)


안녕하세요. 이두형 정신과 원장 이두형입니다. 적어주신 글에서, 도무지 어떻게 하여도 괜찮아지지 않는 마음으로 인한 답답함, 막막함, 무력감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오래도록 말 못할, 그리고 타인이 충분히 이해해주지 못할 마음의 어려움으로 홀로 눈물 지으셨을 것 같습니다. 그 동안의 어려움과 고뇌에 대해 고생이 많으셨다고, 진심으로 위로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힘든 마음이 느껴질 때 우리는 그 마음을 분석하고 해결하려 합니다. 왜 이렇게 나는 불안한 걸까, 우울하고 무기력한 걸까,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그 이유는 모호하거나, 혹은 내가 알더라도 어찌할 수 없는 과거의 것들이 더 많습니다. 이 힘든 마음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수록 마음은 더욱 더 불안해지고, 우울해집니다.

이럴 때 우리가 흔히 선택하는 방법은 소위 '생산적인 일' 에 몰두하는 것입니다. 공부를 하거나, 취업을 하거나, 돈을 벌거나, 심지어 진료를 보는 것 까지도 이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타인이, 사회가 좋다고 하는 일들을 하다 보면, 현실적인 성과를 얻다 보면 정상적인 내가 될 수 있을거야, 괜찮아 질 거야, 라는 생각들 입니다.

그러나 아직 버거운 마음은 이러한 시도 자체를 부담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충분히 힘을 회복하지 못한 마음, 지친 마음으로 인한 버거움을 또 다른 힘든 시도를 통해 어떻게든 극복하려는 마음은 더욱 막막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힘든 마음으로 벗어나려는 시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벗어 던져지질 않는 마음의 고통은 결국에는 어떻게 하여도 나는 이렇게 힘들 수 밖에 없다는 막막함과 무력함을 낳습니다.




저는 사연자님께 '어떻게 하면 이 아픈 마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라는 마음을 잠시만, 마음이 충분히 쉴 만큼만 내려놓고, 그 기간 동안 있는 그대로의 사연자분의 마음을 돌아보고, 바라보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 주시기를 바랍니다.

지금의 사연에서 사연자분이 최근에 얼마나 힘드셨는지, 그 버거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떤 시도와 노력을 하셨는지 너무도 잘 전해집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연자분의 불안과 슬픔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살아오시며 어떤 일이 있으셨는지, 그 감정들은 사연자분에게 어떠한 의미인지 등에 대해서는 알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사연자분의 마음이, 사연자분에게 어떠한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사연자분이 힘들다고 생각하시는 그 감정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요. 사연자분의 마음은 무엇을, 어떻게, 왜 그렇게 두려워 하고 버거워하시는 것일까요.

'내가 얼마나 이상한지' 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이러한 버거운 감정들이 어디서, 어떻게 오는 것인지' 를 이해하고, 어쩌면 과거에 그토록 힘들었을 자기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알아주고 또 보듬어 준다면 지금의 내 마음도 '불편하지만 자연스럽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든 마음에 좋다는 일들을 시도하고 또다시 지치고 좌절하는 것을 반복하기 이전에, 내 마음에 찾아오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고 또 이해해주는 과정이 먼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은 그 답을 내리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는 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우리는 사연자분의 마음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내 감정이 진정으로 힘들어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살아가고픈 삶은 어떤 것인지 와 같은 질문들을 통해 나의 마음을 먼저 충분히 돌아보고 또 이해해 준다면, 어떻게 나아갈 지에 대한 답은 한결 편안한 마음과 함께 자연스럽게 깃들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경험하시는 증상의 정도, 또 마음이 지친 정도를 고려하였을 때 이러한 과정을 홀로 이어나가시기에는 버거움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비록 이전 진료의 시도가 그리 좋지 못한 결과로 끝이 났다 하더라도, 모든 환자와 치료자의 관계가 같지는 않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그러한 과정을 이어나가시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틀린 마음, 잘못된 마음은 없습니다. 단지 이해되기를 기다리는 마음만이 있을 뿐입니다. 미처 몰랐던 깊은 마음과 만나는 그 지점에서, 사연자분이 찾으시던 답과도 만날 수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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