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이 떨어진 자리

by 무무

봄이 오면 우리는 벤치를 지나쳤다. 앉을 필요가 없었다. 너는 목줄을 느슨하게 쥐고 있었고, 강아지는 그보다 더 느슨한 걸음으로 길을 건넜다. 벚꽃은 피었고, 우리는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강아지는 꽃잎이 떨어질 때마다 짖었다. 알 수는 없지만 떨어진다는 사실이 기뻐서, 혹은 떨어지기 전에 붙잡고 싶어서, 강아지는 폴짝폴짝 뛰었다. 너는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이름을 불렀다가, 부르지 않았다가, 다시 부르고는 했다. 강아지는 멈췄다가 다시 달렸다. 그 멈춤은 언제나 짧았고,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달리다가도 우리 쪽으로 되돌아왔다. 그날의 봄은 쉽게 돌아왔다.

우리는 벤치에 앉지 않았다. 앉으면 시간이 고일 것 같아서였다. 계속 걷고, 계속 웃고, 계속 앞으로 가면 계절도 따라올 줄 알았다. 지금 나는 그 벤치에 앉아 있다. 나무는 그대로인데, 가지 사이의 간격이 넓어 보인다. 바람이 불면 벚꽃은 한꺼번에 흩어지지 않고, 순서를 지키며 떨어진다. 먼저 떨어지는 것이 있고, 끝까지 지켜보다가 내려오는 것도 있다. 그 차이를 이제야 본다.

내 발밑에서 강아지는 움직이지 않고 누워있다. 짖지 않고, 뛰지 않고, 멀리 바라만 본다. 이름을 불러도 귀만 움직인다. 예전에는 이름이 방향이었는데, 지금은 확인이었다. 여기 있다는 것, 아직 떠나지 않았다는 것, 목줄을 잡고 있지만 당기지 않는다. 가자고 말하지도 않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나조차 알 길이 없었다.

떨어지는 벚꽃만 본다. 꽃잎은 예전보다 조용해서 그때 우리가 시끄러웠는지 이제야 알게 된다. 대부분 어려운 나에게, 너만큼은 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 마음이 욕심이었는지, 기도였는지는 정리하지 못했다. 사랑한 시간이 거짓이었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서 그 시간은 그대로 둔다. 벤치에 앉아 있다는 사실만, 강아지가 내 발 가까이 몸을 붙이고 있다는 그 현실만, 받아들인다. 벚꽃은 계속 떨어진다. 강아지는 고개를 들지 않는다. 나는 움직이지 않는다. 봄은 지나간 장면이 되었고, 기다림만 떠돌고 있다. 차마 말하지 않은 것들을 옆에 둔 채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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