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방향 잃은 성실과 삽질은 그리 멀지 않다.
본디 성실함이라는 덕목은 조직에서 귀하다.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사람만으로는 일이 되지 않는 법이니까. 크게 주목받지는 않아도 제 자리를 지키면서 묵묵히 맡은 몫을 해내는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성실하다고 해서 모두 조직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능력은 부족한데, 오로지 성실하다는 이유로 조직에 오래 묵은 사람들에게선 공통점이 있다. 금방 끝낼 일을 오래 붙들고 늘어지거나,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만들어하거나, 혼자서 해도 될 일을 여러 사람에게 나눠서 부풀리는 모습을 자주 본다.
그들은 남들이 1시간이면 할 일을 반나절 내내 꼼짝 앉고 붙들고 앉아서 해내고는 스스로 성실하다고 착각한다. 월급루팡처럼 뺀질거리는 것보다는 나을 수도 있다. 월급루팡은 평소 행실을 근거로 언젠가 내쳐질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오로지 성실하기만 사람들은 조직에서 내칠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만들어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직에서 중요한 일이 아니다 보니 주목도가 떨어지고, 영향력도 그리 크지 않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보니, 실패하거나 뭔가 일이 틀어져도 잘못을 추궁받거나 크게 지적받을 가능성이 적다. 그들의 삽질은 성실함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성실하기만 한 그들을 투입하면, 원래 2명이 하는 일을 3명이서 하는데도 산출물은 그대로인 상황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성실한 그들은 뭔가 해야한다는 강박에 쫓긴다. 뭔가는 해야겠고 새로운 일을 벌이기는 싫으니, 2명이 하던 일의 양을 불린 다음, 3명이 쪼개서 나눠 하는 방식을 쉽게 선택한다.
조직 개편으로 위기가 닥치면, 그동안 보여 온 자신의 성실함을 어필하며 어떻게든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 그들에겐 남은 건 실력도 포트폴리오도 아닌 오로지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능력 밖에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성실함은 꼭 필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성실하기만 하는 건 개인에게도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성실하게 노력을 쏟을 방향을 잘 잡는 것이 필요하다. 그저 해온 방식대로만, 할 수 있는 것만 고집하는 걸 성실함으로 착각하는 사람에게는 삽질로 점철된 커리어만 남을 뿐이다.
_오늘도 사무실에서 열심히 성실함을 가장한 삽질을 하고 있는 앞자리 그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