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떤 어르신이 그러셨다. 자기한테 왜 운동하느냐고 물으면 "명품 관리 차원에서 한다."라고 대답하신다고. 자신의 몸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명품으로 생각하신다고.
멋있다...
그래서 운동하러 갈 때면 친구들에게 명품 관리하러 간다고 으스대다가 나는 밉상이 되었다. 멋있는 말이라고 아무 데나 갖다 붙이면 안 된다.
“흐잇”
“으잇차"
“쓰아우읻”
젊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데 이상하게 아저씨들은 신음 소릴 많이 낸다.
“¹으허억흐익허어크” 정말 웃기지 않나? ㅋㅋ
근데 이 소린 오늘 내가 낸 소리다... OTL
병렬로 줄지어 트레드밀 위를 뛰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그래. 나도 아저씨가 되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무게를 드는데 왜 요즘 신음소리가 쥐어짜 나오는 걸까.
나도 이제 아저씨가 되었다는 푸념에 친한 동생이 말했다.
"무슨 소리야 오빠~ 오래전부터 이미 아저씨였어."
"국무룩..."
“근데 오빠 힘쓸 때 소릴 낼 줄 아는 건 더 섹시... 아니 더 노련해진 거 아니야?”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노련미란 무엇인가?
아저씨가 되었어도 헬스장에서 주는 유니폼은 입지 않는다. 헬스장에서 똑같은 옷을 입지 않고 나만의 스타일을 가지는 건 운동하는 이 시간을 장악하는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 공간을 장악했을 때 더 좋은 퍼포먼스가 나온다. 그래서 난 늘 내 운동복을 따로 챙긴다. 그리고 ²유니버스 스냅백을 쓴다. 그렇게 최고로 멋있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헬스장을 장악하며 “으허억흐익허어크” 거리며 역기를 든다... OTL
바벨을 드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힘이 안 난다.
왜 이리 템포가 떨어지나 했더니 퇴근길에 듣던 이소라 노래가 에어팟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소라 노래엔 이별에 대한 모든 감정이 다 담겨있다. 슬픔과 분노 그리고 회한.
“³이것만 기억해요. 우리가 헤어지면...” 역기를 들다 이 구절에서 “으허억흐익허어크” 했던 것 같다. 어쩐지 오늘 애절하게 역기를 들었다.
재빨리 선곡해둔 ‘운동’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했다.
워밍업 송으로 미쓰에이의 ‘Bad girl, Good girl’을 자주 듣는데, 매번 이 노래가 주는 활력이 대단하다. 수지 때문이 아니다. 박진영이 곡을 잘 썼다. 그런데 이 노래를 자주 듣다 보니 가사에 세뇌되었는지,
널 감당할 수 있는 진짜 남자.
말로만 남자다운 척하지 않는 남자.
널 불안해하지 않는 남자.
자신감이 넘쳐서 네가 너일 수 있게,
자유롭게 두고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남자가 되어야만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You don’t know me.
You don’t know me.
You don’t know me.
You don’t know me.
오늘도 나는 일을 마치고 명품 관리를 한다.
“으허억흐익허어크”
노련미와 섹시미를 양껏 내뿜으며.
주석
¹ 약간 굿거리장단으로 내뱉었던 것 같다.
² 유주얼에딧 제품 #제품태그
³ 이소라 3집 믿음
⁴ 미쓰에이 1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