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OO 병원 중환자실인데요.

첫 심정지

by 이곤















"여기 CPR이요!! 맥박없어요!!!!"



내 환자가 심정지가 왔다.


심전도 상에서는 맥박 파형이 보이나, 막상 촉지 해보면 맥박이 잡히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사팔 눈이 되었다. 안그래도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서 승압제 속도를 계속 조절하는 중이었고, 인공호흡기 모드도 의사가 회진하며 바꾸고, 승압제외에도 가지고 있는 수액이 많아서 중심정맥관까지 넣었다.


심정지가 오기 전에도 전산부터 실무까지 계속 뛰어다님의 연속이었는데, 심정지가 왔다는 판단이 들자마자 혼돈이 왔다.


처음 겪는 담당환자의 심정지였다. 옆에서 보기나했지 눈 앞에서 터진 건 처음이었다.


이제는 거즘 환자를 혼자보도록 나를 던져뒀던 프셉이 뒤에서 뛰어들었고, 주변에 다른 선생님들도 환자에게 뛰어들었다. 뛰어가서 응급카트를 끌고 오고, CPR 시작 10시 45분입니다! 하며 흉부압박을 하는 선생님이 소리쳤다. 나는 분단위로 받아적기 시작했다.


CPR을 겪어본 적이 손에 꼽았기에 담당간호사의 역할에 혼돈이 있던 나에게 프리셉터쌤이 소리쳤다.


보호자한테 DNR (연명치료 중단) 어떻게 할건지 물어보고, 주치의한테 전화해!!!



"네!!"



보호자에게 손을 떨며 전화를 다급히 걸었다. 보호자에게 심정지를 알리고, 주치의에게도 심정지를 알렸다. 나는 처음이었다. 모든게 처음이었으나 이게 내 역할이었다. 기분이 묘하고도 다급했다.


다행히 3분만에 환자는 ROSC(자발순환회복) 되었다.


이후 호흡기내과 앞으로 온 환자였기에, 심장내과에서 협진을 왔다. 항부정맥제를 달자고 했다. 그렇게 회복된 나의 환자는 인공호흡기, 승압제, 항부정맥제, 중심정맥관, A-line 등등 당장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나는 계속 생기는 이벤트들에 정신없이 전산을 정리하느라 바빴다. 이 환자를 보느라 내가 담당했던 다른 환자는 거의 방치 수준이였다. 마지막에는 내가 정리한 전산을 쭉 보며 프셉쌤이 나를 혼내셨다. 전산에 관련해서 빼먹은 게 자잘하게 몇개 있긴 했지만 그런 것에 화가 나신 게 아니었다.



너, 저 환자 CPR 터지고 하긴 했어도 다른 니 환자는 가래 한번 빼주기라도 했어? 아예 방치해뒀잖아.



아. 마음이 철렁였다. 안공호흡기를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 가래를 빼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나도 알았다. 그런데 CPR 상황도 처음이었고, 달아야 하는 약은 계속 추가되고, 회진은 계속 오고, 환자 상태는 계속 왔다갔다하고. 그러면서 옆에 있는 또 다른 담당환자에게 해준 게 없었다. 왠지 억울한 마음이 울컥 올라오다가도 당연한 나의 잘못이었다. 어쨌든 모든 담당환자에게 최선을 다한 건 아니었으니.


무엇보다 심정지가 오고 ROSC 되고 나서 프셉쌤이 좀 더 옆에서 서포트를 해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더 혼자보도록 뒀다. 어쨌든 독립하고 나면 혼자서 해야하는 일이니까. 버겁긴 했지만, 묘한 희열이 올라오기도 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환자의 나이를 보고 묘하게 진이 빠지기도 했다. 환자의 나이가 90세가 넘었기 때문이었다. 안그래도 DNR을 할지말지 고민하신 던 분이었는데 가족들이 사망 직전에 마음을 바뀌었던 분이었기에 할 수 있는 처치는 다 하셨다. 가족들의 마음이 너무나 이해가긴 했지만, 여기서 더 연명한다한들 저분이 인공호흡기를 때고, 승압제들을 땔 수 있을까 싶어졌다.


할 수 있는 정리는 다하고, 마지막으로 오늘 뭘 했는지 복귀하며 멍하니 담당환자를 바라 보았다. 정말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를 상상했을 때 보이는 모습이었다. 인공호흡기 소리, 들어감을 나타내며 깜빡이는 인퓨전 펌프들, 주렁주렁 달려있는 수액들, 꾹 감겨 있는 눈.


보람보단 이게 최선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령의 환자에게 최선일까?



정신없던 순간들이 훅 지나가 있었다.


오늘 보호자에게만 4번을 전화했다.


여기 OO병원 중환자실인데요, 라고 난 계속 운을 띄웠다.


그들에게 휴대폰에 떠 있는 중환자실의 번호는 어떤 느낌일까? 내 처음의 말은 어떤 분위기였을까. 나는 그들에게 최대한 배려해서 말했던가. 정신없이 와다다 환자의 상태를 말하며 필요한 말을 요구했던 것 같다.


나의 미숙함이 죄송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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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병원보다는 더 적응하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 공부하는 것도 더 재밌구요.. 일이 더 쉽다고는 할 수 없지만...ㅋㅋㅋㅋㅋㅋ 첫 CPR을 겪고 다음은 더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길 바라며 공부중입니다...ㅎ


힘들긴 해도... 또 그만두고 싶지 않아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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