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권한위임은 '선물'이 아니라 '전쟁'이다

[권한 위임 4]

by 김홍재

많은 리더가 권한위임을 부하직원에게 주는 일종의 '선물이나 선언'으로 착각합니다.


어느 날 아침, "자, 이제부터 당신을 믿고 맡깁니다"라며 결재권이라는 선물을 건네면, 그 순간부터 조직이 자율적으로 돌아갈 것이라 믿는 것이죠. 하지만 그 믿음은 이내 배신이나 실망으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굳게 믿고 맡겼는데도 결과물이 영 마음에 들지 않거나, 예기치 않은 사고가 터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죠. 결국 리더는 "이래서 내가 챙겨야 해"라며 권한 위임의 폭을 줄이거나 아예 회수해 버립니다. 권한위임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준비나 연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권한위임은 리더가 베푸는 '자비'가 아닙니다. 이것은 리더의 머릿속에 있는 모호한 '감'을 조직원들이 실행 가능한 '기준'으로 변환하는 치열한 번역 과정입니다.


리더가 "융통성 있게 처리해"라고 지시할 때, 영업팀은 '파격 할인'으로 알아듣고 재무팀은 '비용 절감'으로 알아듣습니다. 이 거대한 해석의 간극을 단 한 번의 선언으로 메울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리더의 의도와 현장의 해석이 끊임없이 충돌하고 깨지면서, 서로의 주파수를 정교하게 맞춰가는 '동기화'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선행되어야만 진정한 위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1. 우아한 회의실의 거짓말


시스템 구축이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장소'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조직은 권한위임 규정(DOA)을 가장 조용하고 쾌적한 회의실에서 만듭니다. 기획팀 몇 명이 모여 타사의 멋진 규정집을 '벤치마킹'해오죠. 남의 회사 옷을 가져와 우리 회사 마크만 박음질하는, 이른바 '복사해서 붙여넣기'인 셈입니다.


문서는 깔끔하지만, 이 '우아한 문서'는 현장의 야전(Field)에 나가는 순간 단 3일도 버티지 못하고 찢겨 나갑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김홍재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굿플로우 기업교육 공동대표. 강의하고, 자문회의를 리드하고, 칼럼을 씁니다. calllas@naver.com

39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알잘딱깔센'은 안될 말, 시스템을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