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정치는 왜 철학을 잊었을까

진리는 실종되고, 전술만 남은 풍경

by Simon park

정치는 원래 철학이었다.

플라톤이 『국가』에서 “철인이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을 때,

그는 단순한 지식인이 아닌 ‘공공의 진리와 윤리를 고민하는 자’를 의미했다.

정치는 공동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사유하는 행위였다.

공동의 선, 정의, 질서, 자유.

정치는 그 근본 개념을 현실에 어떻게 구현할지 고뇌하는 장이었다.


하지만 지금 정치에서 철학을 찾기란 어렵다.


철학이 빠진 자리, 기술과 분열이 채우다.

오늘날 정치는 목적보다 수단이 우선하는 구조로 재편됐다.

정당은 철학적 노선보다 여론조사 수치와 이미지 전략을 앞세운다.

캠페인은 가치의 제안이 아닌 상대 후보에 대한 전술적 해체 작업이 된다.

국민을 설득하는 대신,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정책을 설명하기보다, 상대의 약점을 공격한다.


이 과정에서 사라지는 것은 명확하다.

정의란 무엇인가.

국가는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시민은 어떻게 함께 살아야 하는가.

이런 질문은 더 이상 공약집에도, 유세장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질문 없는 정치의 위험.

철학이 실종된 정치는 방향을 잃는다.

경기 부양 정책이든 복지 정책이든,

왜 그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철학적·윤리적 근거 없이

표를 얻기 위한 ‘기능적 수단’으로만 소비된다.


이런 정치에서는 책임보다 반응이 빠른 사람이 승리한다.

의회는 숙의의 공간이 아니라 정쟁의 전장이 되고,

정치는 사회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시민보다 더 먼저 분열하고 휘둘리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 공백은 결국 혐오와 냉소로 채워진다.


철학은 정치의 사치가 아니다.

많은 정치인이 말한다.

“지금은 현실이 중요하다”, “이념 싸움은 시대에 뒤떨어졌다.”

그러나 이는 철학에 대한 오해다.

철학은 탁상공론이 아니라

공동체의 존재 방식에 대한 원칙과 근거를 세우는 작업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 없이

‘어떻게 이길 것인가’만 남은 정치에서

우리는 결국 신뢰도, 비전도, 책임도 없는 권력만을 갖게 된다.


철학이 없는 정치에서 잃는 것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사회의 방향, 시민의 자존감, 제도의 근본성이다.


정치는 다시 철학을 불러야 한다.

정치는 다시 질문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왜 국가를 갖고 있는가?

어떤 삶을 ‘더 나은 삶’이라 부를 수 있는가?

자유란 무엇이며, 평등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정치가 철학을 회복하는 순간,

그것은 이념 논쟁이나 추상적 개념 싸움이 아니라

공동체가 자기 방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의 정치가 잃어버린 것은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공공의 진실을 향한 성찰적 자세, 그것이다.


정치가 철학을 잃은 시대, 시민은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가.

우리의 선택은 냉소와 혐오가 아니라, 다시 질문을 시작하는 것이다.

정치가 철학으로부터 너무 멀어졌다면,

그 질문은 이제 시민이 대신해야 할 몫이 되었다.

keyword
이전 11화주식 투자에 윤리가 필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