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흡법
저는 9년 가까운 육아 생활을 돌아보면, 아이에게 감정 조절 능력을 길러주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어린 시절은 부모가 감정 관리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불안하다고 해서 상황이 좋아지지 않아요. 오히려 불안이 쌓이면 판단이 흐려지고 해결책은 더 멀어집니다. 그래서 부모의 태도가 어떻게 해야 아이에게 불안이 아닌 안정감을 줄 수 있는지 고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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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아동발달센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년기의 지속적인 불안과 두려움은 아이의 뇌 발달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그 결과 학업 능력은 물론 사회적 기술까지 떨어지게 되는데, 이는 성장 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사회성이 낮게 발달한 청소년의 61%가 사회적 불안을 겪은 반면, 그렇지 않은 청소년은 21%에 그쳤습니다.
즉 어린 시절의 정서적 불안이 청소년기와 성인기 전반의 삶에까지 연결된다는 뜻입니다. 결국 감정 조절 능력이 부족한 아이는 학업 부진을 겪고, 교사·친구와의 관계도 원활하지 못해 장기적으로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에게 불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일은 결국 평생 삶의 태도를 형성하게 됩니다.
부모가 보여주는 불안 대처 방식이 그대로 아이의 자산이 되는 것이죠. 오늘날 사회에서 불안은 피할 수 없는 감정입니다. 불안을 전혀 느끼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산 호흡법은 특별한 준비 없이도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감정이 격해질 때, 자신이 변치 않고 묵묵히 서 있는 큰 산이라고 상상해 보세요.
아이에게는 이 산이 바람과 비를 막아주는 안식처가 됩니다.
나무 그늘 아래서 아이가 편안히 쉰다고 생각해 보세요.
“나는 아이에게 언제나 흔들리지 않는 산 같은 존재야.” 이렇게 마음속으로 되뇌며 호흡을 가다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다소 엉뚱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놀라운 효과가 있습니다.
엄마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 중입니다. 갑자기 아이의 울음소리가 정적을 깨고 곧이어 아이 친구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이가 코피를 흘리며 집 안으로 뛰쳐 들어오자 울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집니다.
2년 전 아이의 팔이 부러졌던 날이 엄마의 뇌리를 스치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엄마는 허둥지둥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갑니다. 무슨 일이야 머리 다쳤니? 다친 데는 어디야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가 온 집안을 가득 메우자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집니다. 집 마당 뒤에서 벌어진 가벼운 사고는 순식간에 위급 상황으로 바뀝니다.
아이 앞에서 불안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신,
엄마가 차분하게 “괜찮아, 별일 아니야. 엄마가 보고 있으니까 안심해도 돼”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요?
아이는 여전히 두려울 수 있지만, 동시에 엄마의 태도를 통해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을 겁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언행을 그대로 모방하며 자랍니다.
어미 호랑이를 지켜보며 행동을 익히는 새끼 호랑이처럼, 부모가 평정심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아이에게 감정 조절을 가르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아이에게 차분함을 전해주면 아이는 금세 안정을 되찾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완벽한 기계처럼 늘 침착할 수는 없죠. 그래서 중요한 건 내가 언제 감정이 흔들리는지를 미리 알아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화가 날 때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심장이 빨라진다든지, 손이 떨린다든지 하는 반응을 체크해 보는 것이죠. 이런 작은 점검만으로도 불필요한 감정 폭발을 예방하고, 상황을 차분하게 다스리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신동엽 씨가 한 방송에서 했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과거에는 운전을 하다가 끼어드는 차가 있으면 습관처럼 욕을 했다고 해요.
그런데 어느 날 그 행동이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 이후로는 운전 중에 욕을 멈추게 되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 욕은 끼어든 상대가 듣는 게 아니라 결국 내 입에서 나와 나와 가족이 듣게 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부모의 말은 똑같은 상황에서도 아이의 불안 수준을 달라지게 합니다.
예를 들어, 차가 갑자기 끼어들었을 때 “큰일 날 뻔했잖아!”라고만 말하면 아이는 위험을 과장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하지만 “위험할 뻔했네. 아마 앞을 잘 못 본 것 같아”라고 차분히 말하면 불안 대신 안심을 배우게 됩니다.
밤 외출도 같은 원리입니다. “밤에 나가면 위험하다. 사고 난다”라는 말은 아이의 두려움만 키우지만, “밤에는 위험할 수 있으니 가능한 한 집에 일찍 들어와. 만약 늦는다면 핸드폰 꼭 챙기고, 어두운 길 말고 밝은 길로 다니면 안전해”라고 알려주면 아이는 두려움 대신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안전 습관을 배우게 됩니다.
우리 주변에는 불안을 이기지 못해 삶이 힘든 분들도 있고, 반대로 감정을 잘 조율해 평온하게 살아가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차이를 보며 깨달은 것은, 결국 불안을 다루는 능력이 삶 전체를 좌우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그 능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돕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부모에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