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하얼빈 17화

허기

by 차거운

모든 결핍은 허기와 같아

눈먼 리어왕의 쓸쓸한 위엄

인생의 찬란한 빛 멀어져 가고

삶은 아름다워라는 말은

목구멍 깊은 어둠 속으로 뒷걸음칠 때

이방의 도시의 시장 한 구석

허름한 노포에서

오늘도 나 장발장은

소머리국밥 한 그릇 비우고 있다


오늘은 또 누가

부고에 찍힌 이름으로

살아 있는 자들의 귀에

종소리로 속삭일까


얼마나 많은 그릇이 비워져야

생의 허기가 채워질 것인지

등 따시고 배 부른 세상으로

건너갈 수 있을 것인지


이 비는 왠지 모르게

소금기가 녹아 있는 듯하다 눈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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