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근처
태화강 머리맡
물가 판판한 바위 벽면에
아껴 쓴 종이처럼
몇 세월이 겹쳐진 저 바위그림의 형상들
흐릿한 문자들 마음들
차분히 거닐며 들여다 보고 오기를
신석기의 사슴 물고기가 있고
표적 같은 동심원 마름모 물결무늬는 청동기
신라 언제 적 흔적일까 돛단배 말 용의 형상들
법흥왕 시절의 새긴 사연들
한 시대가 누운 자리에
다른 시대가 자리 펴고
그 위에 또 그 위에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은
시간의 탯줄로 이어져 있으니
오늘은 바다로 갈거나 아니면
깊은 산으로 가서
구름과 돌과 바람이
들려주는 노래 한 가락 들을거나
저 돌에 남은 뫼비우스의 띠
클라인 씨의 병과도 같은 시를 읽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