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하얼빈 18화

고요한 아침의 나라

by 차거운

노르베르트 베버가 찍은

사진 속에는 1911년과 1925년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

내가 태어나 살고 있는 이 땅

한반도의 수줍거나

서럽거나 우울하거나 당당한

눈들이 흑백사진 속에서

침묵한 채 시공 너머

응시하고 있다 무엇을

보고 있을까 저 올망졸망한 아이들

여인네들 보부상들 농사꾼들

갓 쓴 노인들 젊은이들

역사는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고 노래한 수영의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의 책에 대한 절규처럼

몸이 가려운 타자의 시선들

누가 우리의 영혼을 들여다보는가

저기 찍힌 사람들 지금은 모두 사라졌으나

누군가의 핏속에 녹아 살고 있으리니


삶이 아무리 진창이어도 거기

한 모금의 희망과 기쁨은 있는 법이니


시간의 단층 너머로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분다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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