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0월 5일 토요일
어제 정 선생 집에서 1박을 했고 잠자리와 함께 취사도구와 욕실을 종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우선 우리에겐 3일간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 셈이다. 뭐라고 고마움을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정 선생에게 폐를 많이 끼치는 듯해서 마음이 다소 무겁다. 검색해 보니 하동 성당은 토요일 7시, 주일은 10시 30분 이렇게 두 대의 미사를 생각할 수 있는데 일정상 일요일 10시 30분은 어렵겠고 그래서 토요일인 오늘 7시 미사를 볼 수 있기를 바라는데 생각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정 선생은 오늘 택시 영업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고 이미 걸은 구간을 거듭 걷는 것도 그렇고 해서 우리는 따로 움직이기로 했다. 끝나고 주차한 지점으로 회귀할 때 정 선생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오늘 우리가 걸어야 할 구간은 다시 삼화실에서 대축, 대축에서 원부춘까지 이렇게 두 구간에 해당되고 26.9km에 해당하는 거리를 걸어야 한다. 아내를 생각해서 또 저녁 미사 참석 가능성을 위해서 삼화실이 아닌 서당 안내소 주차장에 차를 놓고 한 3km 정도를 어제 걸은 것으로 갈음하고 단축하여 걷기로 한다. 그래도 24km 정도가 되는 거리다.
그런데 아뿔싸! 이 두 구간은 모두 걷기 난도가 상에 해당한다. 이날 걷기 후에 아내가 많이 힘들어하게 되었다는 점이 마음에 지금도 걸리는 부분이다. 서당 주차장에서 길 안내가 다소 명확하지 않아 우계저수지까지 도로를 끼고 가야 한다는 것을 놓쳐서 시간을 30분 정도 허비하기도 하였고 아무튼 이날 일정은 상당히 어려웠다. 신촌재에서 간식을 먹었는데 그곳에서 산악자전거를 타고 산길을 달리는 사람들을 보고 존경심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구재봉으로 오르는 산길 표시가 되어 있고 화장실도 있어서 쉬어가기 좋은 곳이었다. 먹점마을을 지나 먹점재를 넘어 산을 굽이굽이 돌아가니 문암정이 있고 감밭과 밤밭을 지나니 대축마을이다.
대축에서 원부춘으로 가는 길도 처음에는 악양 평사리 들판을 지나 입석마을을 통과할 때까지는 그럭저럭 좋았는데 점심을 먹고 하니 2시가 넘은 시점이었다. 그리고 10월이라 해가 전보다 더 빨리지고 골짜기에서는 그늘진 곳은 어두운 느낌도 마을을 급하게 하는 요소가 되었다. 서어나무가 있는 쉼터에서 스탬프를 찍고 마을을 등지고 가파를 산길을 타고 올라가는데 정 선생이 전화를 했다. 3시가 넘어 4시가 되어 가는데 뒷재인지 아랫재인지를 도착했냐는 물음에 아직 아니라고 답하고 보니 금세 날이 어두워질 것 같고 남은 거리는 1/3 정도인데 이게 사람 진을 빼는 구간이 되었다.
아내는 한 구간을 힘들게 걷고 난도 높다고 하는 한 구간을 더 걷게 되니 지친 표정이 완연하다. 4시가 될 무렵 재에 도착해서 문자를 보내니 앞으로 1시간 30분은 더 가야 할 거라는 정 선생의 답이 왔다. 산속에서 터벅거리며 걷고 걸어서 거의 해가 질 무렵에야 원부춘 마을에 도착했다. 정 선생에게 전화하니 손님을 한 사람 내려주고 오겠다고 좀 기다리라고 한다. 지친 상태로 한참 기다리니 정 선생이 택시로 왔는데 날이 깜깜해졌다. 택시 미터기로 찍고 가보니 거의 삼만 원 가량 나오는 걸로 나타난다. 두 구간에 해당하는 거리이니 그럴 만도 하다. 저녁 미사에 참석하려는 계획은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되어버렸다.
집사람이 피곤하기도 하고 정 선생의 의견도 그렇고 하여 내일은 조금 여유롭게 출발해서 한 구간만 걷기로 했다. 즉 원부춘에서 가탄까지 걷기로 한 것이다. 걷기 난이도는 여전히 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안내 책자에 나온다. 오늘은 정 선생 집에서 2박이 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