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월과 2월이 다 가도록
여의도 어딘가 신탁회사에서
대학 2학년이던 너는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지
삶은 비록 고단하였지만
희망은 호외처럼 거리에서 수군대던 날들
남영동 모퉁이 으슥한 곳에서
종철이가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언어도단의 유언비어가
세상을 불태웠고 그을린 그 봄을 지나
유월까지 길게 이어지더니
한열이가 걸개 속에서
머리에 피가 흐른 채 넘어지더니
세상이 물구나무를 선 채 걸어가더니
의문사와 변사와 과로사한 사람들
벌떡 일어나 수의를 입은 채
세종로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보았지
다들 어디로 갔을까
벙커와 군대와 야구방망이
송곳과 작두 그리고 웃는 돼지머리
지전 몇 장 입에 물고
2024년 12월 3일에 굿판을 벌이려고
나라에 큰 변란이 있다고
방방곡곡 울려 퍼지는 귀곡성
계엄이라는 말에는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
증오가 날름대고 있다
참혹한 기억의 봉인을 해제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미래도 평화도 너희에겐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