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하얼빈 07화

자존감

by 차거운

너희 아버지 뭐 하시냐고

면접장에서 신사 숙녀가 다정하게 묻는다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라고

말해야 하는데 공손하게

두 손 맞잡고 제 아비는 눈먼 리어 왕이시고

제 어미는 안티고네여서 가계가 조금 복잡하다고

솔직하게 말해야 하는데

프로이트에게 속마음을 들킬까 두려워

아들러의 상담실을 찾는다 저는

고아인 것 같습니다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하는 투명인간이 아닐까요?

하늘을 향해 손을 들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

외친 사람은 나의 먼 친척이고

폐위된 왕의 아득한 후손이라고

아무도 나를 거들떠보지 않아요

나의 거주지는 장미 한 송이가 자라는

작은 별 B612입니다.


사랑만이 나를 심판할 것이니

슬픔이 만연한 세상의 폐허에서 무너지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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