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책 머지않은 겨울 철원 들판에 서면
군복 입은 한 세월 떠오르는데
맵찬 바람 속 싸늘하고 투명한 물 가운데
고니며 흑두루미며 오리 등이
서로 몸 비비며 앉거나 날거나 부산스레
자신들이 전설을 이야기하는 양
끼룩거리는 것이었다
궁예가 한 시절을 보내고
치열한 전투의 기억도 곰삭은
이 땅에서 밥맛도 좋은 오대쌀
한 수저 가득 담아 고수레로 뿌리며
함께 살아갈 일을 생각하다 보면
금강산까지 저 기찻길 따라
수학여행도 가고 싶어라
길산이 마음 삭히던 유점사에서
하룻밤 노곤히 코도 골면서
마음도 씻으면 좋지 않겠나
평화가 길이 되고
길이 따사로이 열리는 어느 봄날이 오면
나 손주 손녀 손 잡고
다시 이 길에 서고 싶네
두루미 경계 없이 날듯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