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지수라는 말을 떠올리는 순간
쨍하니 얼어붙는다 이토록 시리게
투명한 그대의 눈길
얼음 아래 저편에서
나를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지나온 날들은 빠르게
자막으로 흐르고
활극처럼 헬기가 날고
거울 속의 완전무장한 총구들이
내 심장을 겨누고 있다
탕, 탕탕, 타다닥 모닥불 불티가
총성처럼 솟아오르고
조금씩 천천히 드러나는
얼굴들 거울 속에 갇힌 채
뭐라 웅얼거리는
실패한 기억들 손 내밀어
이 겨울의 녹슨 청동 거울
녹아내린다 빗장은 풀리고
겨울 계엄은 파경이 되어
풍장의 부장품으로 묻힌다
곧 제비가 날고 봄이 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