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하얼빈 10화

겨울 혹은 거울

by 차거운

명경지수라는 말을 떠올리는 순간

쨍하니 얼어붙는다 이토록 시리게

투명한 그대의 눈길

얼음 아래 저편에서

나를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지나온 날들은 빠르게

자막으로 흐르고

활극처럼 헬기가 날고

거울 속의 완전무장한 총구들이

내 심장을 겨누고 있다


탕, 탕탕, 타다닥 모닥불 불티가

총성처럼 솟아오르고

조금씩 천천히 드러나는

얼굴들 거울 속에 갇힌 채

뭐라 웅얼거리는

실패한 기억들 손 내밀어


이 겨울의 녹슨 청동 거울

녹아내린다 빗장은 풀리고

겨울 계엄은 파경이 되어

풍장의 부장품으로 묻힌다


곧 제비가 날고 봄이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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