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먹으러 다니는 여행 계속 (2025년 10월 12일)
어쩌면 아내 입장에서는 일본 여행을 처음 계획했을 땐 '오비히로'라는 도시에 대해선 일면식도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막연히 일본... 을 떠올렸을 땐, 지난해 동생과 갔던 교토와 오사카, 혹은 혼자 갔었던 도쿄 정도를, 이번엔 남편과 같이 간다는 정도만 생각했다가 그게 어느 순간 홋카이도가 되고, 거기에 하코다테와 오비히로가 난데없이 끼어든 것과 같은 상황. 나 역시 마찬가지. 그냥 더운 곳이 아닌, 그리고 비행기를 덜 타는 지역을 원하다 보니 홋카이도가 되었는데, 어쩌다가 이름도 생소했던 하코다테나 오비히로가 우리 일정에 포함되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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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때문이죠, 뭐.
러일전쟁 직후 홋카이도 전역의 풍경과 아이누 민속문화를 소개한 만화 <골든 카무이> 속 배경 중 하나가 하코다테였던 것처럼, 청소년기의 갈등과 농가의 현실을 담담하게 서술한 성장 만화 <은수저>의 에피소드들은 바로 이곳 오비히로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던 것.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유일한, 짐수레를 끌고 트랙을 달리는 경마인 '반에이 경마'가 전체 이야기 속에서 아주 중요한 장치로 등장하기 때문에 (심지어 영화 속에서는 마지막 클라이맥스로 나옵니다) 꼭 한 번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계속 삿포로 서쪽과 남쪽에서만 놀다가 이렇게 동쪽으로 오게 되었네요 (결국 짐 싸들고 계속 메뚜기를 하고 다닌 건 다 만화 때문이었다는).
아침에 가벼운 온천욕을 마치고 조식 거리를 찾으러 나서본다. 어젯밤에 숙소에서 한 잔 더 하는 바람에 전혀 배가 고프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조금 걷다 보면 금세 또 꺼지지 않겠어요? 이곳 프리미엄 캐빈 호텔에도 조식뷔페가 있겠지만, 그래도 낯선 동네의 아직 여물지 않은 아침 모습을 보는 건 언제나 재미있는 일이다. 오늘처럼 부슬비가 내린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만화 <은수저>에서 미카게와 하치켄의 데이트 장소로 가끔 등장했던 오비히로의 명물 '다카하시 만쥬집 (高橋まんじゅう屋)'이 숙소에서 도보 20분 거리에 있다는 것도 발견했잖아요!
아무리 비가 온다고 하더라도, 역시 아침에 보는 거리 풍경은 밤에 보는 거리 풍경과 완연히 다르다. 역 근처의 유흥가라서 그런지 아침에는 조금 더 쓸쓸해 보이기도 한다. 굳게 닫힌 스낵바 문 앞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니 서글픈 느낌도 있고.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나서 아내에게 일본의 스낵바 문화에 대해 설명하려다가 난감해졌던 기억이 난다. 일반 음식점처럼 술과 음식만 제공하고, 종업원은 카운터 너머에서만 접객을 할 수 있는 곳도 있지만,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것처럼 테이블에 같이 앉아서 이른바 술시중을 드는 가벼운 풍속업소 역시 스낵바라고 부르기도 한다. 극 중 스즈메가 한바탕 소동을 마치고 가게로 돌아온 시점 - 새벽 1시를 약간 넘은 - 에 모든 손님들이 돌아가 있는 걸 보면, 루미가 운영하는 가게는 법적으로 심야영업을 할 수 없는 풍속업소로 등록이 된 것이 맞는 것 같은데, 전 세계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여성접대부가 나오는 풍속업소에서 하룻밤 신세를 진다는 설정을 넣은 것이, 사실 처음 봤을 때는 무척 충격적이었다. 뭐라 그럴까. 자국의 성인유흥 문화에 대한 자신감? 유흥업소 문화나 산업 종사자들에 대해 현미경적 시각으로 다룬 영화들은 많았어도, <스즈메의 문단속>처럼 아동 대상의 애니메이션에 떡하니 삽입된 것은, 그것도 그냥 바쁘게 일하는 하나의 직업인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 묘사가 되는 건 이전 어떤 아동용 애니메이션에서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럼 그게 성인용 유흥업소에 대한 일본 사회의 일반적 시선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다양한 직업군에 향한 유연한 시선을 부탁하는 작가의 의도인가?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그 애니메이션이 흥행에 성공함으로써 일본의 스낵바라는 문화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건 사실일 것이다.
길을 건너려고 하는데, 어라? 꽈배기 모형을 크게 걸어놓은 동네 빵집 '마수야 본점 (満寿屋本店)'이 보인다. '네지리 도넛 (ねじりドーナツ)'을 상징화한 조형물이라는데 '네지린'이라는 이름도 있다. 일본어 네지리(ねじり, 揑り)는 '뒤틀림' 또는 '비틂'을 의미한다니까 말 그대로 꽈배기가 맞다. 1950년부터 마수야 빵집을 대표하는 도넛이라는데, 이런 걸 보면, 그 지역에서만 찾을 수 있는 지역 특산물도 의미 있지만 서울이나 도쿄 등 해외에 가장 많이 알려진 대도시에 진출해야지만 얻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오비히로의 네지리 도나쓰가 75년이 되었든, 중국 산동 지방의 마화(麻花)가 원조든 간에, 이제 꽈배기 형태의 저 튀김 빵은 한국 음식으로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고 심지어 세계에서 맛있는 튀김빵에서 4위로 선정된 적도 있었으니까 (https://www.instagram.com/p/C35GMvgIa_O/?img_index=1). 그나저나 이 동네도 아침부터 무슨 동네 방송을 이렇게 하능가.. 시끄러워 죽겠네.
아직 셔터문이 굳게 닫힌 아케이드 상가를 지나서 계속 걷다 보니 저 멀리서 사람들이 길게 줄 서있는 것이 보인다. 하이고... 9시에 오픈한다는 되어 있었는데, 이 사람들은 언제부터 와 있었던 건지. 그런 와중에 줄이 잘 줄어들지도 않는구나. 안에서 먹는 사람도 안 보이는데.. 좀 시간이 지나 보니 양손에 한가득 들고 나오는 사람들 몇몇이 보인다. 아놔. 우리처럼 한두 개 사 먹으려고 온 사람은 없는 모양이로구만. 아마도 물량이 딸려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 (완전 수제라서 대량주문은 사전예약이 필수라고 합니다). 아무리 부슬비라도 이렇게 계속 맞고 서있으려니 좀 으슬대는데..
드디어 매장에 들어섰는데.. 아.. 여기는 아예 실내에서 먹을 자리가 없어졌구나. 만화 <은수저>의 저 장면은 이제 현실에선 나올 수 없는 장면이겠네. 그럼 이걸, 이제 어디서 먹어야 하는가? 날이라도 맑아서 공원에 자리 잡고 먹으면 좋으련만... 결국 아까 지나왔던 아케이드 상가로 돌아왔다. 적어도 이곳에는 지붕이라도 있으니까. 왠지 으슬대는 것 같아서, 오는 길에 세이코마에 들러 커피를 한 잔 뽑아 온다. 근데, 편의점에 왔는데, 어디 커피뿐이겠어요. 냉장고에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있었으니.. 교토 명물 구죠파를 넣은 미소마요 주먹밥이라니. 이걸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거 아닝가요.
이런 풀빵 종류의 음식들은 잘 먹지도 않거니와 들큼한 버터 냄새조차 싫어하는 사람의 짧은 식견으로 보더라도, 이걸 만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납작한 빵 사이에 팥소나 치즈가 들어있는데 아무리 봐도 오방떡, 가장자리가 이렇게 앙물러 있지 않는다면 도라야키라고 착각할 만한 비주얼이다. 그러고 보니 매장에 붙어있는 안내문에서도 여기서 만들고 있는 풀빵을 '오방야키 (오방떡, 대판야키)'라고 부르고 있구나. 게다가 1954년 창업 당시에는 아이스크림 등 빙과류 전문매장이었다고 한다. 만쥬 없는 만쥬가게라니. 하지만 밀가루나 쌀가루 외피 안에 여러 가지 속을 채워 넣은 모든 음식들의 원형을 중국의 '만두'에서 찾는 게 맞다면, 이런 종류의 오방떡 - 풀빵을 다 만쥬라고 해도 무방할 것도 같다. 마치 만쥬가게의 정통성을 인증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다카하시 만쥬야에서는 만두 찐빵과 (속이 없는 그냥 중국식) 찐빵 역시 팔고 있었는데... 사실 맛으로 따지자면 밴쿠버 중국 슈퍼마켓에서 팔고 있는 공장제 대량생산품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한국에서 먹었던 만두찐빵과도 다르지 않았고. 아내의 말에 의하면 팥소를 넣은 만쥬 역시 그냥 그랬다고 한다. 치즈만쥬는 나름 독특한 고소한 맛이 입에 남았다고.
하지만, 세이코마에서 집어 들었던 미소마요 주먹밥은... 오오오오오...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종로 어딘가에서 먹었던 영양솥밥을 떠올리게 했다. 왠지 그동안 수고했다고 상을 받은 느낌이었던 기억. 밴쿠버로 돌아가면 꼭 영양솥밥을 해 먹어야지 결심하게 만드는 맛이었다.
지난 글에서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오비히로에 도착하자마자 받은 가장 첫인상은 "여기도 굽고 있네!" 였다. 하지만 야키토리 냄새를 은은하게 품고 있던 히가시 무로란에 비해 훨씬 많은 유흥시설과 이자카야, 그리고 식당들이 역 근처 시내에 즐비했던 이곳 오비히로는, '부타동 (돼지덮밥)'을 만들기 위해 돼지고기를 숯불에 굽는 냄새가 동네 전체에 무척 진하게 깔려있었다. 와, 이런다고? 마치 예전에 점심시간 종로 뒷골목을 다니면 연탄불 생선구이 냄새가 동네 전체에 진동했듯이, 여기선 "우린 부타동이거든"이라는 주장을 강력하게 펼치고 있었던 것. 이 정도 되니까 더 이상 옷에 음식냄새가 배는 걸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뭘 먹더라도 방금까지 부타동 속에서 헤엄치고 나온 사람처럼 느껴졌고, 그건 막 도착한 외지인이나 20년 넘게 살아온 동네 토박이나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오비히로 출신 작가의 만화 <은수저>에서 하치켄이 키운 돼지의 이름도 부타동이고, 미카게와 첫 데이트 때 먹은 것도 부타동이었을까.
한국 남성의 3대 사료라고 하면 흔히 국밥과 돈까스, 그리고 제육덮밥을 손꼽는데, 나 역시 대한민국에서 30년을 살면서 나름 제육덮밥 전문가로서 자부해 왔다. 동네에 식당이 처음 생기면 제육덮밥을, 근처에 백반집이나 한식 뷔페가 생겨도 제육덮밥, TV에서 요리프로를 봐도 제육덮밥 맛나게 하는 법을 제일 먼저 봤었다. 이민을 와서도 한국에 비해 육류 가격이 싼 걸 이용해서 전지, 목살을 비롯 삼겹살, 갈매기살 등 각종 부위를 돌려가며 한동안 제육덮밥 혹은 김치 제육 등을 해 먹어왔다. 그리고 어느 날, 밴쿠버 섬의 어느 캠핑장. 일 년에 200일 넘게 비가 내리는 어느 소도시에서 캠핑을 했을 때, 며칠 동안 계속 먹어야 했던 버터의 향연으로 배탈이 심하게 난 적이 있었다. 칼칼한 국물요리나 뭔가 뜨끈한 걸 온몸에서 간절하게 원하던 그날. 그 동네 일식집에서 우연히 발견한 김치 부타동 한 그릇에 몸과 마음이 훈훈해진 적이 있었던 것. 이게 나와 부타동의 첫 만남이었다.
그래서 이제 우린 부타동을 먹으러 갑니다 (아침 먹은 지 2시간도 안 지났음).
부슬비가 끊임없이 내려 숙소에 들러 패딩을 챙겨 나간다. 아내가 봐둔 식당은 아까 만쥬가게의 정반대 쪽으로 걸어야 했는데 오비히로도 역시 소도시인지라 횡단보도가 없이 차도만 있는 거리도 많았다. 조심조심 30분 정도 걸어서 식당 '숯불구이 부타동 - 톤비 (炭火焼豚丼 とんび)'에 도착. 10시 55분이었나? 개점시간까지 5분 정도 남아서 비도 피할 겸 식당 문 앞에 서있었더니 '노렌 (のれん, 暖簾, '영업 중'임을 알리는 문 앞 천막)'을 걸기 위해 나온 직원이 확 짜증을 낸다. 쳇. 그러고 보니 초면에 짜증 내는 일본인을 보는 건 처음이네. 웃는 얼굴로 입장을 거절당하는 것도 섭섭하지만, 짜증 내는 얼굴도 보기는 좋지 않구나.
영업을 준비하면서 창밖으로 누가 먼저 왔는지 다 봐두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예약손님이 있었나? 식당은 오픈을 했지만 우리 말고 먼저 도착해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사람들을 먼저 들인다. 젠장 추워 죽겠네. 그래도 일요일 점심시간치곤 사람이 많지 않다. 시내와 떨어진 주택가에 위치해서 그런 걸지도. 결국 자리를 안내받고 메뉴판을 받았는데, 하하하, 영어 메뉴가 없군요. 일반 880엔, 큰 돼지 1100엔, 작은 돼지 750엔. 아주 큰 돼지 1500엔. 큰 건 '오오부타'일테고, 작은 건 뭐라고 해야 하나, 살짝 고민하다가 쪼끔 삐친 마음이 있어서 그랬는지 찾아볼 생각도 안 하고 그냥 냅다 영어로 주문했다. 원 스몰원, 원 빅원 플리즈. 나중에 옆 테이블에서 말하는 걸 들으니 '코부타'라고 한다. 맞네. 작을소(小) 자를 '코'라고 종종 발음했지. 만화 <벡>의 주인공 유키오도 덩치가 작아서 친구들에게 '작은 유키오 - 코유키'라고 불렸던 게 그제야 기억났다. 근데 헐. 메뉴판을 자세히 보니 김치 토핑이 있었네 (100엔). 지금이라도 주문할까, 살짝 망설여도 보고.
근데요. 이 집. 돈지루 맛집이네요. 우워어어어어어. 부타동과 같이 나오는 미소 지루에 부슬비에 젖은 몸이 확 풀리는 것 같다. 다른 테이블에 앉은 학생들은 미역 토핑 (100엔)을 넣어 주문하기도 한다. 돈지루만 추가로 주문하는 건 250엔. 장난 아니네. 국물요리 맛집이었어. 그에 비해 부타동은 뭐.. 한국에서 숯불 돼지갈비를 즐겨 먹는 사람들이라면 그냥저냥 예상할 수 있는 맛. 김치 토핑과 같이 먹었다면 더 좋았을라나? 그나저나 2시간도 채 되기 전에 만두 찐빵과 주먹밥을 꿀꺽한 상태였어서... 큰 돼지 부타동은 정말 양이 많았다. 그래도 오늘은 아무래도 많이 걷게 될 것 같으니 일단 속을 채우는 방향으로.
다음 날 기차 예약을 바꾸기 위해 역에 잠깐 들렀다가 경마장으로 향한다. 서쪽으로. 애초엔 버스를 탈 생각이었지만... 너무 배가 불렀습니다. 경마장에서 또 뭔가를 먹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어떻게든 칼로리 소모를 위해 걸었는데, 대각선으로 직진하기보다는 소화촉진을 위해 일부러 삐잉 둘러 갔습니다. 400미터 더 걷는 방향으로. 겸사겸사 '롯카데이 본점 (六花亭 帯広本店)'도 들러서.
그렇다. 오비히로 사람들은 맨날맨날 돼지덮밥만 먹는 것이 아니었다. 앞글에서도 소개했듯이 일본 냉장고의 신선칸을 담당하는 토카치 지역에는 축산업뿐만 아니라 각종 낙농업 역시 매우 발달했기에, 고품질의 유제품을 바탕으로 하는 디저트 류의 식품들 역시 토카치 브랜드가 한몫을 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롯카테이는 삿포로나 오타루뿐만 아니라 홋카이도 내에 수많은 점포를 가지고 있어서 홋카이도를 찾는 많은 여행객들이 꼭 한번 경험하는 디저트라고 한다. 그리고 오비히로 본점에는 제조 후 2시간 내, 또는 3시간 내에 먹어야만 하는 제품도 취급하고 있는데, 말할 것도 없이 본점에서만 사서 먹을 수밖에 없는 특산품이라고 한다. (그런데... 소화시키기 위해 400미터 더 돌아가기로 한 거 아니었나요?)
1933년에 개점했다는 이곳 오비히로 본점의 1층은 쿠키나 케이크의 단품을 파는 매장과 갤러리, 그리고 2층은 테이블 서비스를 받는 카페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전에 조사한 바로는 1층 매장에서도 간단한 취식을 할 수 있는 걸로 나왔었다. 그런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먹고 간다고 하니까 제품을 트레이에 담아주기까지 했는데, 관광객들로 매장이 가즉차서 그런지 도무지 스텐딩 테이블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반대쪽에는 카페에 입장하기 위한 대기 줄이 있었는데, 4열 횡대의 의자에 앉아 다 같이 벽을 바라보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 대기하고 있는 것이 흡사 병원 외래 대기석처럼 기괴해 보였다. 갓 구운 쿠키를 양손에 들고 이리도 저리도 못 가고 방황하다가 결국 포장 봉투를 받아와 가방에 집어넣은 아내였다. (그 와중에 나는 카페 예약을 하는 컴퓨터 테이블 의자 앞에 앉아 쉬다가 야단맞았지만) 나중에 경마장에서 먹어본 아내의 의견에 의하면 오타루 르타오의 쿠키보다 훨씬 나았다고는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