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상상하다
그림에 관한 책을 서점에서 보면 손이 먼저 가고, 웹상에서는 장바구니에 넣게 된다.
그런데 주로 책장에 놓고 한 번씩 휘리릭 보면서 만족한다. 그 와중에 실제로 꺼내어 읽고 연습하는 책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천재소녀의 특별한 그리기 훈련법>이라는 책이다. 길벗 출판사의 책이다.
작가는 서문에서 '사실적 그림'에서 벗어나고자 수많은 연습 드로잉을 한 과정을 이야기한다. 나 역시 '사실적인 그림'을 즐겨 그렸던 사람이다. 지금도 걸핏하면 손이 습관적으로 움직인다. 사실적인 그림은 다른 이의 사진을 가져다 쓸 수 없을 때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상상의 샘을 마르지 않게 하는 그림은 사실적 그림과는 상당히 먼 곳에 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 그림이 정말 좋다. 내가 아이의 마음이 되려면 힘들고, 이미 배운 손의 못된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나도 모르게 사실적 그림을 그리다가 이건 또 아니지 싶어서 다시 나 자신이 갈망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한다. 하나의 그림이 나오기까지 나 역시 많은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막무가내식 그림을 칭찬하는 것은 아니다. 책의 내용 중 동물 묘사에 대한 부분이 있다.(139페이지)
뱀
독을 가진 뱀은 삼각형 머리 모양을, 독이 없는 뱀은 둥근형의 머리 모양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이야기에 '독사'가 나온다면 둥글게 그리지 말고 독사의 사진을 보며 어느 정도 각을 유지하며 그려줍니다.
닭
보통 '새'를 그릴 때 주로 수컷을 그리는데 이는 암컷에 비해 수컷의 형태가 확연히 특징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닭은 알을 낳는 암컷의 등장이 더 많은데요, 수컷은 암컷에 비해 몸이 세로로 서 있고 다리와 꼬리가 길며 벼슬이 더 큽니다. 암컷은 수컷에 비해 목이 짧고 통통한 몸을 가지고 있죠.
이 대목에서 닭을 소재로 그린 나의 브런치 글을 소환하기로 한다.
1) 암탉 일화
https://brunch.co.kr/@campo/139
2) 수탉 일화
https://brunch.co.kr/@campo/28
책에서는
'보이는 법'에 대한 설명이 끝나면 마지막 단계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는 법'이 소개된다. (328페이지 이후)
앞의 '보이는 것을 그리는 법'에서부터
주제 그리기에 대한 가이드를 한 후 그림을 그릴 시간을 알려준다.
그림을 그린 후 스스로 체크를 통해 자신의 그림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는 아직 마지막 부분 '보이지 않는 그림 그리기'의 숙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습관을 바꾸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그러나 습관이 바뀌지 않는다면 나의 목표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행의 이유>를 쓴 작가 김영하 씨가 어느 프로그램에서 한 이야기가 있다. 자기가 열심히 사실적 그림을 그렸는데 그러다 보니 사진도 있는데 굳이 이렇게 그린다는 게 뭘까 생각을 했단다. 그래서 마지막에 모든 것을 단순화시킨 그림을 책 안에 여러 번 사용했는데 오히려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작가 김영하 씨는 사실적 그림과 일러스트 모두 잘 그리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그림'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열심히 그린 사실적 그림도 돌아본다. 단지 나 자신이 추구하는 그림은 '보이지 않는 것까지 그린 그림'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고 또 읽고 그리면서 탐닉하게 되는 그림에 관한 그림 설명 책인 <천재소녀의 특별한 그리기 훈련법>을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