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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Feb 11. 2021

순천만 갈대 보러 갔다가

만난 철새들

순천만 갈대밭을 가 보기로 한다. 거의 다 와서 보니 사진가들이 줄지어 있다. 갈대로 만든 벽 사이에 카메라를 들이밀고 뭔가를 찍는 것이다.


그냥 패스해서 주차를 하고 안에 들어가니 안쪽에도 어떤 분이 똑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새들의 소리가 하도 요란해서 그렇지 않아도 너무 궁금하던 차에 그쪽으로 가 본다.

알고 보니 순천만은 겨울 철이면 흑두루미로 유명한 곳이다. 여기저기 흑두루미 사진들과 조각들이 있다. 전에 와 본 적이 있었는데 계절이 겨울이 아니라 흑두루미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지 않다. 사실 출사를 위해 하늘이 맑지 않다. 그러나 사진작가들에게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나 보다. 기다란 망원렌즈를 들고 있는 분 옆에서 미니멀 핸드폰과 자그만 망원렌즈로 뭘 찍으려니 멋쩍었지만 그래도 한번 찍어 본다.

내 생각에 사진을 찍으려면 키도 커야 유리할 것 같다. 팔도 짧고 키도 작으니 힘들다. 각도도 앵글도 엉망진창이다. 수정하지 않고 올리는 이유다. 이때 나의 상태를 말한다.


이 곳 논은 새들을 위해 만든 습지 논이라고 한다. 그런데 저들은 뭣을 저렇게 맛있게 먹는지 연신 바닥에서 콕콕 찍어 먹는다. '참 맛있게도 먹네.'라고 생각하면서 멋진 사진을 찍으시는 포토 작가님들을 위해 조용히 자리를 뜬다.


나는 그냥 순천만 갈대숲이나 돌면서 운동이나 해야겠다. 물길 사이를 돌던 유람선들도 코로나로 인해 모두 멈춰있다. 두루미들과 청둥오리 떼만 신이 난 것 같다.

갈대숲을 도는 사람들이 제법 있지만 서로 만날 정도는 아니다. 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좋다.

입장료가 일인 8천 원이니 비싼 것 같다. 하지만 갈대숲을 산책하는데 쓰레기 하나 없고 화장실들도 깨끗하니 그걸로 되었다.

용산 전망대를 올라가 보기로 한다. 그곳에 서면 순천만이 한눈에 보인다.

전망대로 가는 길이 이렇게 하늘로 향하는 길처럼 보인다. 등산로 숲길이다.

전망대에 올라 순천만을 보니 바닷물이 돌아서 오는 것이 멀리 보인다. 그런데 미세먼지가 너무 많고 흐려서 명확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파란 하늘이 아니라서 속상하다.

그래도 넓게 뚫린 곳을 보니 마음은 시원하다.



두 종류의 동백이 아름답게 피었다. 재래종과 겹동백이다. 토종은 벌써 지는 중인지 모양새가 좋지 않아 사진을 찍지 않고 겹동백만 어여삐 여겨 찍게 된다. 사진을 찍는데 손이 왜 이리 떨리는지 오늘 망원렌즈 하나 달았더니 작은 렌즈인데 힘들다. 날씨도 엉망이고 흔들리다 보니 초점이 잘 맞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진을 올리지 않겠지만 나는 분위기를 전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흑두루미가 마지막 렌즈에 포착된다. 무조건 찰칵거린다. '에라 초점이 맞든 말든 모르겠다.' 그들이 멀어지기 전에 어서 찍는다.

하늘이 온통 흐리고 어두워지는 듯하다. 그러나 흑두루미들이 나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자유롭게 훨훨 나는 느낌이다. 멀리 힘차게 날아오르는 중이다.



꼬막이 제철이라 그런지 꼬막이 먹고 싶다. 마침 꼬막정식이라 쓰인 간판들이 즐비하다. 그중 아무 곳이나 한 곳 들어가기로 한다.

맛있게 먹기는 했다. 간장게장과 고추장 게장도 나왔다. 그런데 가성비 대비 비추천하고 싶다. 일 인분에 17,000원이다. 차라리 꼬막 비빔밥을 먹는 것이 나은 듯하다. 비빔밥은 만원이라고 쓰여 있다.


그래도 꼬막을 까먹으니 맛있기는 하다.

멀어지는 흑두루미들에게 인사한다.


안녕, 새해 복 많이 받아~
내년에도 또 놀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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