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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Apr 20. 2021

정원의 꽃들을 모두 그려볼까

산뜻한 미소

무언가를 좋아하고 또 흔적을 남기는 방법 중 가장 일반적인 행위가 기록이다. 기록의 방법으로 카메라가 등장하기 전에 사람들은 그림과 글자를 남겼다. 나에게 그림은 그런 기록의 일종이다.



좋아하면 그린다


작은 정원을 가꾸기 이전까지 내가 좋아한 꽃은 해바라기다.


한여름에 해를 보면서 웃는 얼굴이라 해바라기를 보면 기분이 밝아졌다. 해바라기의 꽃말은 '기다림' 또는 '오직 당신만을 사랑해'라고 한다.


현관문을 열고 바라보는 곳에 해바라기 그림이 있으면 부자가 된단다. 그렇다면 나는 진즉 부자가 되었겠다. 나의 해바라기 그림과 남편의 해바라기 사진이 있으니 말이다. 그럭저럭 살지만 이러한 말도 믿지 않는다.


그다음에 좋아한 꽃이 찔레꽃이다. 꽃말은 '가족의 사랑'이다. 전설 등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생략한다.


찔레꽃을 도자기에도 그리고, 종이에 색연필로 그렸다.

날을 꼬박 지새고 그린 그림.무려 6시간 걸렸다. 수채색연필.수채 색연필 사용법을 스스로 터득하던 시간들


도자기 그림은 유약을 약간 얹는 느낌으로 해야한다


그런데 색색의 백일홍들은 여름 내내 뜨거운 태양 속에서도 지치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수채화


화분의 백일홍이 예뻐서 첫 공방의 골목길에 첫 해 씨앗을 뿌렸다. 적어도 3월에 뿌려야 제때 예쁜 꽃들을 본다. <루씨의 꿈꾸는 마당>에도 얼른 꽃씨를 뿌려야겠다. 올 4월은 참 춥다. 마치 3월 같은 요즈음이다.(맞다. 씨앗을 뿌리기에 늦지 않았다.)


백일 동안 예쁜 꽃이 핀다고 백일홍이라고 한단다. 배롱나무의 꽃도 백일홍이라고 하는데 다른 꽃이다.


꽃 백일홍의 아쉬운 점은 한해살이다. 뽑고 다시 꽃씨를 뿌려야 한다. 식물의 잎과 줄기를 만지면 거친 털이 있어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한다.(나의 경우에 그랬다. 그러면서 열심히 키우고 뽑고 그랬으니 나도 어지간히 식물을 사랑한다.)



꽃말은 흰색은 '순결', 빨강은 '인연과 그리움', 주황은 '헌신', 노랑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다짐'이라고 나와있다. 백일홍은 흰색보다 다채로운 색이 예뻐 보인다.


꽃 중에 여왕은 역시 장미다. 이미 오래전 색연필로 그린 장미다.

수채색연필, 장미 꽃다발이 예뻐서 남긴 그림

화단의 꽃을 그려볼까


어느 날부터 야생화 종류들과 정원의 꽃에 눈이 갔다. 눈이 가면 마음도 가는 법이다. 그만큼 관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꽃들이 지닌 고유의 특징에 가만가만 꽃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꽃들은 저마다의 자랑거리를 지니고 나를 보란 듯이 피어났다.


공방의 아주 작은 화단에 심은 꽃들에 대해 기록을 하려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다.


정원도 작으니 내가 키운 꽃들을 그려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작은 드로잉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그런데 현재 핀 꽃은 알겠는데 전에 무엇을 심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기록용으로 대충 그리다가 점점 색을 입히게 되고 시간이 소요되기 시작하면서 차일피일 미뤄지게 되었다. 그나마 작심삼일보다는 길었다.


그래서 꽃이 진 후, 다른 꽃을 심다가 모르고 기존의 뿌리를 건드리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뿐만이 아니다. 잡초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뽑았더니 가을에 예쁘게 보라색 꽃이 피었다. 혹시 몰라서 화분에 심어 두었다. 보라 국화 종류였다. 땅에 조금 남은 것들도 아주 번식력이 강해서 몇 뿌리 뽑았다고 해도 잘 살아남아 있었다.


내가 심은 것들의 목록을 적고 화단 지도도 좀 그려야지 싶었다. 아주 콩알만 한 땅에 너무 많은 것들을 심었다.


그러나 때는 늦었다. 한 계절만 지나도 내가 그때 무엇을 심었는지 잊은 것이다.


그러한 전적이 있으니 이번 <루씨의 꿈꾸는 마당>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간단하게라도 그려야 할 것 같다. 화단이 완성되면 지도를 그리기로 한다.


서부해당화는 우리 전통 해당화와 다른 모양새다

나보다 먼저 입주한 화단의 서부해당화의 꽃말은 '산뜻한 미소'라고 한다. 그와 같은 미소를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


<집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madang



<먹고, 자고, 입는 것에 관한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be-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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