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씨Luce May 07. 2021

주택 물받이 홈통에서 일어난 사건

층고 높은  집

한 번은 공방의 물받이 홈통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공방에 늘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서 소리가 들린 날은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때는 첫 번째 공방에서의 한 여름이었다.)


다음날도 또 소리가 났다. 골목길 쪽 긴 홈통 안에서 나는 소리였다. 바로 우수관으로 연결되는 곳이라서 지난번에 내가 촘촘한 창살로 막은 곳이다. 쥐가 저 높은 지붕에서 떨어졌나 생각이 들었다.

한 여름 자료 사진이 아쉽게도 없다.


바로 그때 골목길에 나타난 참새 한 마리가 어찌할 바를 몰라서 통통 튀면서 안달을 하는 것이다. 나는 혹시 그렇다면? 하는 조바심이 났다. 이 안에 참새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나 역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시공하신 분께 연락을 했는데 마침 와 주셨다. 쥐가 들었든 참새가 들었든 연결된 홈통을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나의 두 번째 공간(주택 리모델링)을 시공하시는 S 대표다.


홈통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아기 참새가 두 마리 나왔다. 슬프게도 한 마리는 죽었다.  한여름에 얼마나 답답했을까. 지붕에서 직 코스로 내려오게 되었으니 그 충격이 심했을 것이다. 건물의 높이는 1층이 3.5미터 정도 되고 2층이 2.4미터 정도 된다. 총 5.9미터 정도에서 하강한 것이다. 하필이면 지붕의 홈통 주변에 집을 지어서 이 난리가 난 것이며 제때 내가 꺼내 주지 못해서 한 마리는 죽고 만 것이었다.


골목길 빗물받이 홈통의 아랫부분을 열자마자 살아남은 아기 참새가 통통 튀다 날아서 미니 정원 뒤편으로 갔다. 엄마 참새도 따라가는 모습을 보니 정말 슬펐다. 이삼일 엄마 참새가 골목길에 나타났었는데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그래도 한 마리는 살려서 다행이었다. 그 후로 홈통의 아랫부분은 그냥 떼어 놓았다. 다시는 추락사하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는데, 쥐가 들어갈까 조금 염려는 되었다.


그래도 바로 옆에 길냥이들이 쉬는 땅이 있어서 늘 어슬렁거리기 때문에 이후로 쥐는 보지 못했다. 그래서 길냥이들이 사랑스럽다. 우리 아이들의 달퐁이도 길냥이였다.


달퐁이

첫 공방은 주택인지 카페인지 늘 사람들이 물었다. 그만큼 모호했다. 나는 늘 카페 같은 집을 원하기 때문에 집을 짓거나 리모델링을 할 때, 낭만과 실생활을 모두 고려한다. 협소 주택(1층 10평 2층 10평)이었기에 일층 공간의 확보를 위해 높이를 1.5층 높이 정도로 높인 것이다.(건축 설계사를 통해 설계를 했고, 준공도 통과한 건물이었다.)

겨울 크리스마스 즈음. 주렁주렁 뭐가 많다.

스페이스가 넓게 확보되어 실내에 있으면 좁다는 느낌이 없었다.

문제점은 레일의 조명 하나만 바꾸려 해도 고가 사다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층고 높은 집에 대한 로망은 이제 사라졌다. 물론 복층으로 한다든지 멋스럽게 공간을 연출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천장 낮은 곳에서 마당을 바라보는 만족감도 꽤 크다.


두 번째 공간의 홈통에서는 참새가 수난을 겪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

담장에 접한 썬룸의 벽 네모 구멍은 창을 위해 만든것으로 나무 틀에 유리를 끼울 것이다. 공사가 늦어져 혼자 정원만 부지런히 가꾼다.
대문에 걸어 둔 사피니아, 현재 리모델링 주택의 대문에 나무를 붙여야 하는데 언제나 완성이 될는지 모르겠다.




<집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madang



<먹고, 자고, 입는 것에 관한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be-happy



이전 07화 정원의 꽃들을 모두 그려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