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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May 25. 2021

고마워 내가 맛있는 것을 줄게

어둠에 있던 너

어둠 속에 있는 너를 보았어

하얀 꽃을 피웠더라


어두운 밤인데도

네 얼굴은 빛났어


너의 줄기를 꺼내 주었어

안쓰러운 마음 들었지


그 후에 너를 잊은 지

오래되었어


오늘 너는 빨간 얼굴로

나를 보았어


글쎄 너는

앵두였구나.


2021.3.18. <꿈꾸는 마당>의 공사를 막 시작해서 복수초를 심는다고 분주했던 즈음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파트에 돌아왔다. 우리 동 입구의 침엽수(가문비나무 종류)에 흰꽃이 보였다.

밤인데도 어둠 속에서 빛나는 흰꽃이었다.


어휴, 어두운 데서 피느라고 애쓴다.

혼잣말을 하면서 가지를 꺼내 줬다.


그 후로 완전히 새까맣게 잊고 지냈다. 어제 갑자기 생각이 나서 가만 들여다보니 빨간 열매가 보였다.

누군가 먹고 버린 씨앗에서 싹이 트고 자라 나무가 되고, 꽃을 피우고, 빨간 열매를 세상에 내놓았다.


자생하는 앵두나무처럼 고난과 고통 속에 있는 이들이 어둠 속에서도 빛줄기를 발견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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