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상과 네모 식탁
정말 맛있고 싱싱한 초록 호박을 세 개 얻었다. 재수 좋은 일이다. 동료가 직접 재배한 것이라고 하나를 겸연쩍게 내민다. 예쁘게도 생겼다.
오래전 동료가 물려받았다는 땅과 관련된 포스트를 잠시 소환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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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두 개는 전원주택 제니퍼가 키운 것들이다. 더 따주려고 하는데 됐다고 두 개를 들고 왔다. 제니퍼의 텃밭은 주인이 얼마나 부지런하고 정갈한지 알게 한다.
호박으로 여러 가지 요리를 해 먹을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 호박전이 생각났다. 전이야말로 나눠 먹을 때 맛이 배가 되는 느낌이다.
둥근 상에 빙 둘러앉아 밥을 함께 먹는 한국의 상차림을 두레상이라고 한다. 현대의 네모 식탁과 자뭇 대조되는 상차림이다.
어느 날부터 벽 바라보게 붙인 식탁이 등장하고 바쁜 현대인들은 혼자 먹는 혼밥, 혼상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혼밥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나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성격인 사람들은 아무리 해도 밥 먹기가 힘들기만 하다고 말한다. 우선 나의 엄마만 보아도 기운이 없어 이유를 물으면 "혼자 밥 먹기 싫어."라고 하신다. 평생을 아빠와 함께 식사를 하셨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서도 잘 먹는 체질이지만 늘 혼자 먹게 된다면 엄마 같은 심정이 될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집 식탁이 지금 딱 벽을 바라보게 놓여서 둘이 먹으면 옆으로 앉아 벽보고 먹는 식이다. 먼저 출근하는 남편이 호박전을 부쳐놓고 갔다. 머리를 감고 앉아 아침부터 호박전을 맛있게 먹는다. 남편이 요리를 나보다 잘해서 호박전을 부치면 얇고 맛있게 잘한다.
루씨의 공방 <모닝>에 손님들이 왔다. 동생들이 술친구들과 방문했다. 마침 호박을 얻었겠다 전을 몇 장 부쳤다. 조금만 있다 갈 줄 알았는데 썬룸 쪽에 있던 테이블을 잔디에 콕 박고, 의자 세 개를 내다 앉아 술을 마신다. (잔디가 아플 것 같아서 내 마음은 조금 불편했지만 그간 동생이 애쓴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 웃으면서 대한다.) 내 친구들이 아니니 함께 즐기지 못한다. 그래도 그들이 즐거워하니 좋기는 하다.
친구가 놀러 왔다. 신난다. 친구와 호박전을 부쳐서 맛있게 먹는다. 역시 친구와 수다를 떨며 맛있는 것을 먹으니 너무나 즐겁다.
호박 두 덩이가 주는 행복이 이리 다양하다. 남은 호박으로는 찌개를 끓여 먹어야겠다. 좀 더 자라서 늙은 호박이 되면 또 주겠다고 하니 기대가 만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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