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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Jul 27. 2021

가마솥에 삼계탕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 좋은 사람들

전원주택 제니퍼의 집은 거의 매일 손님이 온다. 제니퍼 남편은 사람을 참으로 좋아하며 요리도 즐긴다. 요리를 해서 사람들과 나눠 먹는 것이 진정으로 행복한 표정이다. 중복이 지났지만 삼계탕을 한다는 말에 나는 또 군침이 돌았다.


그 전에는 솥을 걸어 가마솥에 나무 군불을 지펴서 했었다. 오늘도 그렇게 할까 기대를 했는데 이제는 자주 해 먹다 보니 가스통을 샀단다. 도착하니 폭폭 지글지글 고와지는 소리와 한약재가 함께 어우러진 고소한 향기가 났다.


전원주택에 처음 이사 갔을 때는 너무 손님을 많이 치러서 힘들다고 나에게 제니퍼가 하소연을 한 적이 있다. 빈번하게 손님들을 맞이하는 남편 덕에 직장 다니는 제니퍼가 휴식을 취하기는 무리였기 때문이다. 물론 손 하나 까딱하지 말라면서 정말 요리를 알아서 하는 남편을 뭐라 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자들은 아마 알 것이다. 손님이 오시면 집안 청소며 정리 등등으로 알게 모르게 긴장한다. 가고 난 후 뒷정리 역시 마찬가지다.


제니퍼는 이제는 거의 포기 상태인 것 같다. 아니, 그냥 함께 잘 보조를 맞춘다. 사실 교사였던 제니퍼가 이른 퇴직을 했기 때문에 평화롭게 손님을 맞이 하는 점도 있는 듯하다. 정말이지 사흘이 멀다 하고 손님을 초대한다.




제니퍼의 남편의 요리 솜씨는 어지간한 주부들보다 백 배 천 배 잘한다. 제니퍼도 잘하는데 남편이 더 잘하니 비교가 불가능하다. 이 부분에서 증거자료로 지난 글을 소환하기로 한다.

https://brunch.co.kr/@campo/299


오늘 요리 역시 단순한 삼계탕이 아니라고 한다.


설마, 옻은 안 넣었지요?


몇 년 전 옻이라는 나무를 넣은 닭의 국물을 조금 먹었다가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온몸에 알레르기 반응으로 한 달을 고생했다. 아픈 것 중에 가장 괴로운 것이 간지러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너무 시달려서 한동안 일반 백숙도 먹지 않았다. 요리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편인데 그 후 조심한다.


다행스럽게도 끓이고 있는 삼계탕에는 당귀, 봉령, 감초, 북한(중국?) 산 산삼, 황기, 우리 인삼이 들어갔다고 한다.

'봉령'이란 것이 생소했다. 여하튼 알레르기 반응 물질은 없다니 안심했다.

드디어 삼계탕이 식탁에 올랐다.

산삼이라고 한다.
외국인들은 닭발을 보면 기겁을 한다는 말을 들었다. 제니퍼와 나는 맛있게 잘 먹는다.

제니퍼 남편은 호스트로서의 역할을 정말 성실히 해 낸다. 우리가 먹고 있으면 반찬을 열심히 내 온다. 장아찌 류는 제니퍼의 솜씨이며, 김치류는 제니퍼의 남편이 담근 것들이다. 특히 고구마 순 김치는 너무나 맛있어서 두 번이나 그릇을 비웠다. 고구마 순을 살짝 데친 후에 해야 질기지 않고 맛있다고 한다. 내가 예전에 담을 때 데치지 않아서 질겼나 보다. 이제야 그런 사실을 알게 되다니......

삼채 장아찌를 보면서 욕심 사납게 내가 줄리아를 보면서 말했다.


내년에 나도 삼채 모종 줘야 해~


줄리아가 삼채를 열심히 모종 만들어서 제니퍼에게도 줬다고 한다. 내 말을 듣고 제니퍼는 "요리도 안 할 거면서 뭐하러 재배하려고 해." 하고 웃는다. "나도 그때 줄리아가 한 것처럼 샐러드 해 먹을 거야." 하고 큰소리쳤다. 삼채를 키우기도 전에 벌써부터 입맛을 다시는 중이다.


제니퍼의 남편은 드시지도 않고, 뭔가 또 일을 하고 있다. 죽을 떠서 돌린다. 당근과 각종 야채 썬 것을 보고 또 놀랐다. 1급 요리사 같다.


후식으로 수박을 또 예쁘게 썰어 내신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은 못 먹겠다고 하자 죽을 싸 주신다.

마지막 후식으로 복숭아가 나왔다. 요 며칠 비가 오지 않아 태양에 의해 당도가 높아졌다. 예쁘고 맛있는 복숭아다.

복숭아의 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이 참으로 안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맛난 것을 맛볼 수 없다니 말이다.


이 세상에는 특정한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먹는 것에 관해서는 위에 언급한 것처럼 옻이라면 끔찍하다. 병원에서 식염수를

매달고 며칠간 혈액을 씻어내기를 했다.


정원 일을 하다 보면 풀 알레르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을 뽑고 나무의 가지를 쳐 주고 벌레를 잡는다. 참을만한 정도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장갑을 잘 끼고 일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에 알레르기가 일어나서 며칠 고생했다. 나는 식물을 사랑하기 때문에 송충이를 잡아 죽이는 일도 이제 할 수 있고, 작은 알레르기쯤은 꾹 참을 수 있다.


사람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겪는 경우는 얼마나 세상살이가 힘들까. 우리의 제니퍼와 그녀의 남편은 사람 알레르기가 분명히 없는 이들이다. 줄리아도 마찬가지여서 양 쪽 전원주택에는 손님이 늘 북적이고 행복의 속삭임이 퍼진다.



https://brunch.co.kr/brunchbook/house-n-garden


https://brunch.co.kr/brunchbook/memories-of


https://brunch.co.kr/brunchbook/be-happy


https://brunch.co.kr/brunchbook/madang


<오느른> 채널의 최별 PD의 가마솥 닭볶음탕을 공유한다. 제니퍼 남편은 늘 솥을 걸어서 나무를 때 삼계탕을 했었다. 최별 피디의 어설픈 성냥 긋기가 너무 재밌다. 옆집 아저씨의 도움이 필요한 불 지피기. 사람을 좋아하는 서울 아가씨 최피디의 가마솥 닭볶음탕이다.


https://youtu.be/DSSY7o0Bk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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