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요리가 더 좋아
나는 항상 엄마의 요리가 맛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요리 솜씨가 부족한 이유를 엄마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해서, 엄마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지금 딸의 일기를 돌아보니, 엄마 생각이 난다.
나의 딸들은 대체적으로 아빠의 요리를 더 좋아한다. 우리 집의 갈치찜(갈치조림) 요리는 여름에는 감자를, 겨울에는 무를 주로 이용한다. 딸의 초등학교 3학년 6월 1일의 일기를 펼쳐 본다.
나는 부모님 중 아빠와의 일화가 더 많이 떠오른다. 아빠는 처음에는 농부셨다가, 그 후 방직공장을 운영하셨고 다시 여러 차례의 사업을 시도하셨다. 우리가 살던 집을 두 번이나 손수 지으셨고, 나중에는 나와 같은 직장에서 몇 년을 함께 근무하셨다.
그러다 보니, 다른 형제자매에 비해 참으로 많은 시간 동안 아빠와의 추억을 쌓게 된 것이다. 나의 엄마는 이러한 추억에서 멀리 계셨다.
엄마는 시골에서 먼 길을 출퇴근하셨고, 자식 욕심이 많으셔서 늘 우리 교육에 힘쓰셨으며, 후에 정치에 입문하셨던 아버지의 경제적 후원과 우리 5남매의 중고등학교 이후 대학시절까지의 모든 교육비를 지원하셨다. 그때는 중고등학교 교육비를 국가에서 지원하지 않았던 시절이다.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사회적 슬로건이 대세였다. 따라서 많이 낳으면 그것은 정부의 육아 정책에 부합되지 않았으니, 자식 많이 낳은 직업 맘으로서 엄마의 고충이 어떠했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나는 아버지에 대한 좋은 추억만을 생각하며, 엄마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 알고 보면 자식들은 자신의 입장에서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아이들과 이것저것 요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의 반찬을 물어보면 딱히 떠 오르는 것이 없다고 한다. 지금도 서울에서 집에 오면, '아빠의 짜장밥'을 먼저 찾는다. 그래서 갓 엄마가 되신 분들에게 조언을 하고자 한다.
아이가 일기를 쓰기 시작할 때가 중요합니다. 자주 기억에 남을 요리를 함께 만들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도록 하세요. 아이들은 글을 쓰기 시작한 후의 일을 주로 기억하더군요.
육아에 '이제 되었어', '나는 이만큼 했으면 나의 할 일은 다 했어'는 없는 것 같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아이에게 '아빠보다 더 맛있는 갈치조림요리'를 해 주고 싶다.
아이의 일기는 나에게 두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아이와 좀 더 함께 시간을 보냈더라면, 엄마에게 좀 더 다정하게 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앞으로 딸들이 내려오면 '아빠의 것보다 맛있는 비장의 요리'를 만들어 봐야겠다.
'엄마'라는 이름은 공기와 같아서, 당연히 나의 투정을 받아주시는 존재처럼 여겨진다. “꼭 너 같은 딸 낳아봐라. “라고 하시던 엄마의 말씀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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