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와 습관
나의 부모님께서는 김치를 담그실 때마다, 늘 두 분이 함께 하셨기 때문에 주로 양념을 넣는 것을 두고 다투셨다. 그래서 엄마는 마음대로 몰래 양념을 넣을 수 없으셨다. 주로 아빠의 입맛에 맞추셨다. 그러던 어느 날, 김치를 담그시다가 아빠 눈치를 보시며 몰래 설탕을 넣으신다는 것이 뭉텅 떨어뜨리게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딸의 일기 덕분에, 두 분의 김치 담그실 때 모습을 회상해 본다.
전통적으로 한국인의 식탁에 빼놓을 수 없는 요리가 김치다. 최근 젊은 층에서는 김치 없는 식사를 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것 같다. 나의 딸들도 최근에는 거의 김치 없이 산다.
반면 나는 김치 없이는 못 산다. 신기한 일은 나도 외국에 나가면 김치 생각이 안 난다. 하기는 외국에서 몇 개월씩 살아보지 않아서 향수병에 걸려보지 않았다. 외국여행을 가지 않고 한국에 있다면 365일 중 거의 하루에 한 끼라도 김치를 먹어야 하는 나는 어쩌면 입맛이 그 습관에 젖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묵은지를 이용한 찜과 찌개류는 대다수의 한국인이 좋아한다. 나는 말만 들어도 군침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묵은지 김치찜을 만들기 위해서는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끓여야 해서 집안에 냄새가 심하게 배게 된다.
생각해 보면 우리 조상들의 주거양식은 부엌과 식사하는 곳이 완벽히 분리되어 있었고, 김치 또한 외부에 보관했다. 일 년에 한두 번 청국장이나 된장을 발효시킬 때를 빼면, 방안에 그리 심하게 발효음식 냄새가 진동하게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바뀐 주거 환경에 맞춰, 요즈음 청년층의 요리 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딸의 일기장은 정리를 하다가 찾은 보석이다. 나의 아이들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현재까지 타 도시에서 생활해서 지금은 일 년에 두세 번 온다. 그런데도 아이들의 책장은 나의 책과 뒤섞여서 정리되지 않고 그대로 있다. 나는 '정리'를 못하는 사람이다. 항상 무엇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인생의 많은 시간을 '잃어버린 것들을 찾다'가 허비한다. 책장 구석에 책을 두고 다시 사는 경우도 있었다. 은퇴 이후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인간관계도 물건도 차근차근해야 정리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때로는 정리에 대한 조바심이 일기도 한다. 글을 정리하여 출간하고자 결심하게 된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