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한시, 일주일 동안 연습한 곡을 선생님 앞에서 연주하며 레슨이 진행된다. 선생님 앞에서 연주하면 왠지 긴장돼서 연습 때보다 잘하지 못해 매번 아쉽다. 레슨의 반은 교재에 있는 곡을 연습하고 그 이후에는 선생님이 주시는 악보나 가을에 있을 콘서트 곡을 선생님과 함께 연습한다. 선생님과의 듀엣연주, 그 시간은 나에게 힐링 그 자체이다. 가을 콘서트에서 선생님과의 듀엣연주를 위해 내가 고른 곡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이다. 유튜브에서 듣자마자 이거야 라며 꽂힌 곡이다. 이제 이곡을 연습한 지도 두 달이 훌쩍 넘어가면서 진보가 느껴진다. 비록 앞으로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두 달 동안 이 정도 진보를 만들어 냈다면 콘서트 때에는 정말 좋은 연주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선생님이 나에게 함께 4중주로 연주해 보자며 주신 악보가 있다.
"본향을 향하네"
이 곡은 매우 유명한 성가곡이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서 성가대로 봉사해 온 나는 이 곡을 눈감고도 처음부터 끝까지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이 곡을 첼로 초짜인 내가 연주하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었다. 4개 파트 중 가장 만만해 보이는 알토를 두 달 연습하니 어느 정도 선생님과 박자를 맞추어 연주를 할 수 있었다. 원래 선생님은 내가 소프라노 파트를 연주해 주기를 원하셨지만 나는 전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어려웠다. 알토파트를 이제 어느 정도 마스터하니 선생님께서 소프라노 파트를 연주해 볼 것을 다시 권하셨다. 전혀 안될 줄 알았는데 조금씩 꾸준히 연습하자 이게 점점 되어간다. 그리고 기쁜 마음에 선생님께 문자를 드렸다. 선생님의 답변은 간단했다. "연습이 깡패죠"
맞다. 내 노력과 땀이 바로 깡패다.
지난주 선생님과 "본향을 향하네" 곡을 마치고 레슨실을 나오자 바깥에서 우리 연주를 듣고 있던 첼로 3년 차 선배가 깜짝 놀란다. 학생들 중 가장 오래 레슨을 받아온 A일거라 생각했단다. 그런데 시작한 지 얼마안 된 내가 나오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어, 저는 A가 선생님이랑 연주하는 줄 알았어요"
선생님의 대답은 나를 날아오르게 만들었다.
"A보다 이 분이 더 잘해요"
중년 아줌마의 첼로 도전기는 to be continued....
지난 12월 영하 40도 추위에 열린 우리의 첫 번째 콘서트, 내가 첫 번째 연주자로 콘서트의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