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설렘으로 시작한 첼로, 레슨 6개월이 지나자 한 번의 침체기를 맞았다. 첼로를 시작한 후 6개월 동안은 저녁에 지하에 내려가 첼로를 연습하는게 나에게는 새 힘을 주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날마다 연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처음 첼로를 시작할 때의설렘과 레슨을 해 주시는 선생님에 대한 감사함은 점점 사라져 갔다.
지난 5월, 한 달 동안의 한국 여행을 핑계로 첼로를 손에서 놓았다. 레슨과 연습에서 벗어나 첼로를 잊어버릴 수 있었던 휴식이 나에겐 다시 첼로를 그리워하게 했다.
겨울은 상관없지만 짧아서 더 금쪽같은 이곳의 여름, 하루가 24시간 일주일은 7일뿐이란게 나에게는 문제가 된다. 이곳의 짧은 여름 때문에 골프 시즌은 딱 4개월뿐이다. 내 작가 소개에도 있듯 나는 골프를 좋아한다. 잘 치지는 못하지만 은퇴와 함께 티칭 프로를 꿈꾸고 있다. 작년에 본격적으로 레슨을 받고 골프 세계에 발을 들인 이후 현실을 직시하고 티칭프로의 꿈은 접었다. 드라이빙 레인지든 필드에 나가 라운딩을 뛰든 나는 남편과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그린을 밟는다.
주중엔 풀타임으로 일하다 보니 첼로 레슨과 골프를 할 수 있는 것은 주말이다. 주일엔 교회를 가야 하므로 나의 토요일은 요즘 이렇다. 아침에 돌돌이 산책하고, 18홀 뛰고 (카트 잘 안 탄다. 걸어서), 장보고, 아들 점심 해서 먹이고, 첼로 연습하고, 첼로 레슨 간다. 그리고 집에 오면 저녁 먹을 시간이 된다.
공 신나게 때리고 와서 첼로 레슨 중 비록 활 긋는 손이 떨리지만, 나는 첼로와 골프 둘 다 포기할 수 없다.
글을 쓰고 다시 읽으니 이게 첼로 이야기인지 골프 이야기인지... 첼로와 골프 사이, 그 어디쯤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