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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Jul 27. 2024

오늘 저녁은 목살구이에 깻잎쌈

캐나다 직장인의 소소한 일상

지난봄, 한국여행을 앞두고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한 것은 혼자 남겨질 아들의 끼니도, 웰빙견 돌돌이의 산책도 아니었다. 바로 깻잎과 고추 모종이었다. 이곳에서 깻잎과 청양고추는 금값이다.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 하는 걸 싫어하지만 이것은 나에게 예외였다. 그래서 모종을 키우는 두 명의 지인에게 깻잎과 고추 모종을 우리가 한국에서 돌아올 때까지 세이브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돌아온 후, 그 모종들을 심고 키워 여름 내내 신선한 깻잎과 고추를 따먹고 싶은 소박하면서도 거창한 바람이 있었다. 그리고 나의 부탁을 받은 두 명의 지인들은 너무나 고맙게도 고추와 깻잎 모종을 우리를 위해 남겨 주셨다.


이곳 여름은 매우 짧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날씨가 따뜻해지면 미친 듯이 꽃을 사다가 집 앞에 심는다. 미친 듯이 꽃을 사다 심는다는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 말 그대로다. 어쩌면 경쟁적으로란 표현이 더 맞는지도 모르겠다. 짧아서 더 소중한 여름날, 예쁜 꽃을 사다가 집 앞을 꾸미는데 돈과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City of Edmonton에서는 집 앞의 정원을 잘 꾸며놓은 집들을 선정해서 Nominee 팻말을 꽂아주고 우승자 (2022 Front Yards in Bloom Winners - City of Edmonton)를 뽑는다.


하지만 우린 다르다.


나는 집 앞 화분에 깻잎과 고추를 심고,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며,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는 정성을 다한다.  Miracle Gro, 쌀뜨물, 또 콩불린 물 (우리 집은 매끼 콩밥이다)을 주며, 나의 애정과 관심을 쏟아붓는다. 그리고 그 정성에 깻잎과 고추는 풍성함으로 나에게 보답하며 우리 가족의 식탁에 오른다.


오늘 저녁은 직장인들이 가장 신나는 불금이다. 집 앞 화분에 손바닥만큼 자란 깻잎들을 아낌없이 뜯어, 목살맛있게 구워 쌈사서 먹어야겠다. 벌써부터 신이난다.   


너무 키 크게 자라 버린 꺳잎 모종이 바람에 상할까 봐 땅속 깊이 심었더니 이렇게 잘 자라주었다.   


귀한 두 개의 고추모종, 지지대를 세워 주었다. 유난히 바람과 비가 많았던 날씨에 지금까지 고작 고추 한 개를 따 먹은 게 다지만, 앞으로 많은 고추가 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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