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끼치는 손님 2
소름 끼치는 손님 (2024-06-01 브런치 스토리)이 우리 집 뒷마당에서 발견된 후, 나는 뒷마당에 나가질 않았다.
양지바른 곳에서 햇볕을 만끽하는 그(녀)와 마주치지는 않을까?
나를 놀래키기 위해 그(녀)가 풀숲에서 슬슬 기어 나오지는 않을까?
그(녀)는 숨을 곳이 많은 우리 집과 옆집 뒷마당을 오가며 살고 있었다. 옆집 아줌마는 Gartner snake는 독이 없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며 애써 괜찮은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의 체념 속에는 여전한 소름이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 집 뒷마당에 뱀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사무실 동료들 사이에 퍼졌다. 법적으로 뱀을 죽일 수 없는 이곳에서 동료들은 Private Pest control, City of Edmonton, Alberta Wildlife를 연락해 보라며 안타까워했다. 모두 연락해 봤지만 그 어느 곳도 개인 사유지에 있는 뱀에 대해서는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어떤 동료들은 뱀을 사랑하는 지인들 연락처를 주며 뱀이 나타나면 바로 자기 친구에게 연락하라고 알아봐 주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의 구세주는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여름이면 City에서 뒷마당 펜스 너머 잔디를 깎아준다. 잔디깎이 직원이 다녀간 후 그(녀)가 옆집 뒷마당 펜스 너머에서 발견이 됐단다. 옆집 아저씨 말로는 아무래도 잔디깎이 기계가 그(녀)를 run over 한 것 같다고 했다.
그 소식을 듣고 그(녀)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 건 잠시였고, 우리에게는 깊은 평화가 몰려왔다. 아침저녁으로 벌써 쌀쌀한 바람이 불고 가을이 느껴지지만, 우리는 편안한 마음으로 뒷마당에서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또 걱정스러운 소식도 들었다. 우리 집에서 걸어 5분 거리의 이웃집 뒷마당에 compost (음식물 쓰레기와 유기적 재료를 섞어서 자연 분해를 거쳐 얻는 유기성 퇴비)를 가진 집에서 수십 마리의 garter snake가 모여 있었던 nest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죽이진 않았을 것이고 과연 어떻게 처리했을까....
일단 우리 집 뒷마당엔 그(녀)가 더 이상 없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나는 오늘도 뒷마당에서 두리번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