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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천국 | Sunshine Meadow

Banff National Park

by 실비아 Jan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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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프의 Sunshine 스키장은 앨버타(AB)주와 브리티시콜롬비아(BC)주 사이에 위치하며, 세 개의 산에 걸쳐진 134개의 슬로프를 가진 세계적인 규모의 다운힐 스키장이다. 비록 1988년 캘거리 동계 올림픽에서는 BC주의 휘슬러 스키장에서 다운힐 경기가 열렸지만, 이곳은 스키어라면 인생에 꼭 한 번은 오고 싶어 하는 그런 꿈의 스키장이다.


나는 1993년 겨울, 대학1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 때 이곳 앨버타에 놀러 왔을 때, 이모가 자스퍼 밴프를 관광시켜 주시며 Sunshine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게 해 주셨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곤돌라를 타고 20분 정도 산들을 넘어가면 가까운 산도 먼 산도 모두 스키 슬로프로 뒤덮여 있는 거대한 스키장의 규모에 입이 떡 벌어졌던 기억이 난다. 스키를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나는 사촌동생 존과 함께 스키를 렌트해 스키장으로 들어섰다. 물 찬 제비처럼 스키를 잘 타는 존에게 나는 골칫덩어리임이 확실했다. 떼어 놓지도 못하고, 같이 타기는 재미없고. 그래서 존은 나에게 일단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내려오면서 스키를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몇 번 떼굴떼굴 구르다 보니, 결국 스키 바인딩이 망가져 버렸다. 사촌동생 존은 부서진 내 스키 두 개를 어깨에 메고 갈지자를 그리며 도움을 요청하러 내려갔다. 스키도 없이 스키폴만 4개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 스키도를 타고 구급대원이 도착했다. 그들은 나를 보고 멀쩡하다고,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라고 했다. 그리하여 나는 리프트 직원에게 리프트를 멈춰서 나를 태워 달라했다. 혼자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는 길, 리프트를 타고 올라오는 스키어들과 아이컨택을 하며 괜찮냐는 안부인사를 수없이 받고 내려왔던 게 내 Sunshine 스키장에서의 기억이다.


2014년 여름, 나는 남편과 아들과 함께 Sunshine 스키장을 찾았다. 여름엔 이곳이 야생화 천국으로 변하고, "Sunshine Meadow"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고, 등산로는 경사가 거의 없어, 그다음 해에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이곳을 찾았다. 당시에는 노란 스쿨버스가 주차장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운행되었고, 왕복 요금은 약 25불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요즘은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야 하고, 왕복 요금은 CAD 70불로 인상되었다. 최근 국립공원 내의 주차 요금, 파크 패스, 부대시설 이용료 등이 대폭 인상되면서 록키를 방문하는데 비용이 많이 증가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요금 인상은 공원 관리와 관광객 편의시설 향상을 위해 필요함을 누구보다 인정한다. 하지만 국립공원패스와는 별도의 카나나스키스패스를 또 구매해야 하며, 무료 주차였던 곳들을 없애고 비싼 주차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예: 레이크 루이스 주차장 CAD 37/day). 록키를 사랑하는 나에게도 짜증이 날 만큼 새로운 비용을 만들어 내고, 또 가격까지 두세 배 이상 올려 받는 현 상황은 불만스럽다.


오케이... 워워... 기분 가라앉히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곤돌라에서 내리면 루프를 도는 등산로가 시작이 된다. 시계 반시계 방향으로 돌기를 권장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트레일은 Meadow, 즉 넓게 펼쳐진 평원 같은 곳이다. 경사가 거의 없는 평탄한 Meadow를 걸으며 세 개의 호수를 (Islet, Larix, Grizzly)를 지나게 된다. 그리고 Islet호수를 지나 오른편 오르막과 나무 계단을 오르면 Standish Viewpoint가 나오는데, 세 개의 호수를 동시에 조망이 가능하다. 이 지점은 인생샷을 남기기 위한 완벽한 포인트이므로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Standish Viewpoint에서 찍은 가족사진이다. 내 뒤쪽이 Islet Lake, 남편 어깨 뒤쪽이 Larix Lake이다.


한국에서 방문하셨던 엄마아빠와 함께, 그리고 남동생 가족과 함께 이곳을 올랐기에 Sunshine Meadow는 나에게는 특별한 장소다. 이젠 장거리 비행이 어려워 캐나다에 오시지 못하는 친정 아빠 (록키를 담는 사진사 아빠 - 2024-08-26 스토리)는 이곳에서 손주들과 하이킹하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하고, 지금도 그때 찍은 사진을 자주 꺼내 보신다고 한다.   


이 꼬맹이들이 대학교 3학년, 고3, 고1이 되었다. 뒤에 보이는 호수가 Islet Lake다.


Sunshine Meadow 산행을 위해 밴프 Two-Jack Lakeside 캠핑장 O-TENTik에서 2박 3일 보낸 그 시간도 우리에겐 아름다운 추억이다.   


알록달록 야생화의 천국, 정말 천국이 이런 모습일까 싶다.  


내가 좋아하는 하얀 꽃 웨스턴 아네모네가 꽃이 떨어지면 이렇게 실타래 얽힌 모습으로 변한다.


왼쪽은 Grizzly Lake, 오른쪽 사진의 하얀 꽃이 내가 좋아하는 록키의 야생화 웨스턴 아네모네다.


다른 각도에서 찍은 Islet Lake, 그리고 주차장에 설치된 새로운 체어 (광고용: 다음 스키 시즌부터 운행될)에서 찰칵~


이곳을 방문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꼭 유념해야 할 주의사항이 있다.

1. 모기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긴팔, 모기 스프레이)

2. 태양을 온몸으로 받기 때문에 모자와 긴팔 등산복이 필수다.

3. 비가 올경우, 비를 피할 곳이 없다. 날씨를 잘 체크하고 등산일정을 선택해야 한다.

4. 야생화를 보고 싶다면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방문해야 한다.


Length: 10.6 km

Elevation Gain: 442 metre

AllTrails 링크: https://www.alltrails.com/trail/canada/alberta/sunshine-meadows--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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