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록키 하이킹 - 2권
사진 찍기 좋아하는 아빠
캐나다 딸네 가족 따라다니며
물 만난 고기가 따로 없었다
옷이 더럽혀지는 게 대수랴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는 게 대수랴
더럽혀지고 구멍 난 옷에 쏟아질 엄마의 잔소리가 대수랴
이른 아침 에메랄드빛 호수에 비친 록키의 멋진 반영도
추운 겨울 견디고 예쁘게 핀 야생화들도
멋진 풍경 속 딸과 사위의 모습도
하나라도 노칠세라
아빠의 카메라는 쉴 틈이 없었다
그런 아빠를 뒤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나
이런 날들이 또 있을 줄 알았건만...
팬더믹으로 막혔던 하늘길이 다시 열렸어도
연달은 두 번의 심장 수술은
장거리 여행에 대한 아빠의 자신감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이젠 광주 현대 아파트 뒷산만 혼자 오르시는 아빠
물 한병 가방에 담아 가쁜 숨 몰아 쉬며 천천히 발을 옮긴다
생일 선물로 딸이 사준 트레킹화
고맙다는 말만 100번
깃대봉 정자 위에 새신 올려놓고 사진에 담아
딸에게 그리움을 보낸다